'대선 여론조작 공모' 혐의로 유죄·법정구속
누구 위해 일했고 보고·지시 없었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복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3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대선 여론조작 공모' 혐의로 유죄를 받아 법정구속되자 민주당은 패닉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경수 지사의 선고 직후 노영민 비서실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받았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심 판단이 남아있지만 김 지사가 누구를 위해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일을 했나, 윗선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드루킹 일당의 조직적인 댓글 조작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 대선까지,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초까지 이어졌다.

사건이 진행된 과정을 돌아보면 언론이 의혹을 집중 보도하는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은 책임을 미루며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4월 김 지사와 드루킹 간의 비밀대화방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계좌·통신 조회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김 지사를 소환조사해 진술만 청취했다.

검찰은 김 지사의 국회의원 당시 보좌관인 한모씨의 자택·휴대전화·노트북·국회사무실·경남김해 지역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인멸된 증거도 상당할 것이라 여겨졌다. 결국 여야 정치권이 나선 끝에 특검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동력을 잃었다. 특검팀은 과거 12차례의 다른 특검과 달리 대통령에게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선고와 관련해 "보복성, 짜맞추기 판결이라는 비난은 '살아있는 권력'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판결은 대한민국 역사에 거의 존재하지 않아 등장한 것이 특별 검사"라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김경수 사건이 기소될 수 있었던 이유도 특별 검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비굴했던 경찰의 초등 수사행태는 사건 뭉개기와 증거인멸 방조 및 김경수 변호하기였다. 죽은 권력자 사냥에 환장한 검찰도 살아있는 권력의 동반자였기 때문에 미지근했다"고 지적했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월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전날 선고공판에서 "김동원(드루킹)의 경인선 조직과 관련해 조직이 2017년 대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경선운동과 선거운동을 전개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피고인(김경수)에 대해서도 2016년 11월부터 12월 적지않은 후원금을 지속 송금하는 등 대선과정에 도움을 주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정치인과 지지인 관계를 넘어 피고인은 민주당 정권창출과 유지를 위해, 김동원은 피고인을 통해 도움 주고받음과 동시에 상호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라며 "경공모 목표인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그에 부합할 수 있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유지하도록 피고인을 돕는 것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 범행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국민이 직접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었던 채명성 변호사는 "댓글조작 기간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직전부터 헌재 파면 결정이 있을 무렵까지 포함한다"며 "댓글을 단 기사 수와 댓글 수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탄핵심판 당시 여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 변호사는 "특검이 밝혀내지 못한 댓글 조작도 상당할 것"이라며 "조직적인 댓글작업은 여론 왜곡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단순한 실정법 위반이 아니라 헌법이 보호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되며 공무원이 관여한 경우라면 당연히 탄핵이나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모임(한변) 또한 이날 보도자료에서 댓글조작에 대해 "선거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범행이 이루어지던 시절 김 지사는 문 대통령 수행팀장이었다. 김 도시자 재판 과정에서 당시 문 대통령에 보고했다는 진술이 있었고 대선후보 경선 당시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 언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한변은 "범행의 사실상 수혜자로서 지난 대선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이 댓글 여론조작에 관여하거나 인지하였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문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공직선거법상 선거무효 사유에 해당하고(대법원 2016수33) 정권 존립과 정당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므로 현 정권은 이 합리적 의문에 대해 답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2016년 9월8일 선고한 2016수33 판례는 "후보자 등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선거인들이 자유로운 판단에 의하여 투표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선거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선거무효의 사유가 된다"고 판시했다.

드루킹에서 김 지사 및 김 지사에서 윗선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가 있었는지, 있다면 그 윗선이 불법성을 인지하고 묵인·방조·지시했는지 야당은 특검법을 발의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