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하 SKT)이 키움증권을 대주주로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문을 두드린다.

3사는 고객 중심의 혁신적 디지털 금융을 선보인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해 신개념 융합기술을 구현한다는 계획인데 20년 전 일으켰던 혁신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 키움증권, 하나금융, SKT본점의 모습/사진=각 사 제공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3 인터넷은행 공식 진출을 선언한 곳은 신한금융그룹과 토스, 하나금융그룹과 SKT·키움증권이다. 신한 컨소시엄은 혁신 가능성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사업자를 고르고 있고, 하나금융 컨소시엄은 3대 주주 간 그동안 쌓아 올린 경험과 협업을 기반으로 ‘키움뱅크(가칭)’의 자본력을 뒷받침할만한 나머지 사업자 탐색에 활발하다.

두 컨소시엄 모두 과거 업무 협약을 통해 호흡을 맞춘 전략을 바탕으로 이번 진출에 나서게 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가 토스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업무 제휴를 맺은 적 있고 57만 계좌를 유치한 게 컨소시엄 참여에 영향을 줬다. 토스에 20대 고객들이 많은 점, 모바일 은행 이용에 편의성을 주는 사용자경험(U/X)이 좋은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키움증권의 요청에 2~3대 주주로 참여하기로 한 하나금융과 SKT 또한 과거 업무 협약을 활발히 진행해온 바 있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 중이다.

특히 하나금융과 SKT의 경우 그동안 다양한 합작사업과 업무 제휴를 맺어온 이력이 있어 호흡 맞추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지난 2009년 조인트벤처 형태로 하나SK카드(현 하나카드)를 출범시킨 적 있고, 스마트폰 보안시스템 구축과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NUGU)를 활용한 음성 금융서비스 협약을 맺기도 했다. 2017년에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회사인 핀크를 출범시켜 사실상 인터넷은행에 준하는 업무를 벌였다.

SKT는 하나금융 외에도 국내 시중은행과 많은 협약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금융업과 통신업을 아우르는 이종플랫폼 구축에는 자신감이 있다.

   
▲ 2017년 9년 4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핀트 Grand Opening' 행사의 모습/사진=하나금융 제공


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 또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2000년 5월 출범해 증권업의 영업관행을 오프라인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발전시킨 곳이라 비대면 거래에서만큼은 풍부한 노하우가 있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은 인터넷 보급이 확산돼 온라인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던 2000년 데이트레이더(초단타 매매자)를 공략하며 출범했고, 그해 주식거래 수수료를 두 달간 무료로 제공하며 고객을 빠르게 늘렸다. 파격 수수료 정책으로 사용자를 확보한 이후엔 사용자경험(U/X)을 최적화하는 전략으로 고정 고객을 확보해 14년째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기준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증권업종의 경우 시황에 민감한 곳이다. 각종 차트 및 시세 제공, 주문화면을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간 시행착오 끝에 비대면에 특화된 U/X를 구축해온 만큼 증권보다 비교적 단순한 은행의 U/X 구축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키움증권 제공


비대면 거래 업무 노하우 중에서는 SKT와도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어 새로운 혁신을 기대 중이다.

SKT는 지난 2003년 모바일 증권 서비스 'MTS 서비스'를 내놔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은 적 있다. 거래 중이던 증권사를 바꾸더라도 기존 ID와 패스워드를 그대로 사용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에어포스트(이동통신 기능을 제외한 주식 전용 무선단말기)나 휴대폰 등을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하는 이들은 각 증권사의 전용 단말기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한계가 존재했다.

2005년 4월에는 KB국민은행, 키움증권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증권거래와 은행 업무가 동시에 가능한 모바일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당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려면 각 은행에서 발급받은 IC칩이 필요했는데 은행과 증권 거래의 호환이 되지 않았다

SKT는 이를 극복하고자 모바일뱅킹과 주식거래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KB국민은행과 키움증권과 손잡고 시스템을 오픈한 뒤 이후 나머지 금융사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SKT 관계자는 "키움증권과 하나금융 등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새로운 ICT 기술을 구축해 국내 금융산업 혁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AI와 빅데이터, 양자암호 등의 신기술을 금융에 융합해 기존에 고객들이 겪었던 금융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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