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의사 결정은 고객층에 따라 달라…다각도로 검토 후 결정해야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티켓 가격 결정법에서 예상되는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값을 매기는 수입 위주의 가격 결정법도 있다. 수요를 예측해 좌석의 일정 비율을 공연일보다 훨씬 일찍 할인가에 판매하거나, 공연일 직전 시점에 티켓 판매 추이를 봐가며 가격을 높이거나 낮춰, 수입 목표를 달성하려는 방법이다.

하지만 티켓을 많이 팔아 수입을 늘리는데 지나치게 치중하다 보면 문화예술 소비자에게 경험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입 위주로 가격을 결정하려 할 때는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수입 목표를 조금이라도 달성하기 위해 팔고 남은 좌석을 공연 직전에 싸게 파는 러시티켓(rush ticket)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들은 저가 티켓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좋고,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는 남는 좌석을 떨이로 판매해 수입 목표를 채울 수 있어서 좋다.

운이 좋으면 80% 이상 싸게 티켓을 살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일 할인 티켓'이란 용어가 친숙한데, 1996년에 한국연극협회가 주도해 대학로 티켓박스에서 당일 연극의 티켓 값을 50% 할인해준 반액 티켓 제도가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 국립극장의 '캣츠' 러시티켓 안내문 (2017).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그러나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소비자들도 있으니, 러시티켓을 남발하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롯데콘서트홀의 빈필하모닉 공연의 티켓 값은 R석 43만원, S석 34만원, A석 25만원, B석 16만원, C석 7만원이었다.

롯데콘서트홀은 개관 직후부터 24세 이하의 청소년에게 러시티켓 혜택을 제공하던 원칙에 따라, 좌석 등급에 상관없이 최고가 5만원 이하의 공연은 1만 5000원에, 최저가 5만원이 넘는 공연은 3만원에 러시티켓을 판매했었다. 이 공연의 러시티켓 구매자는 43만원권을 3만원에 사는 행운을 얻었겠지만, 43만원 전액을 지불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금액 차가 너무 커 불만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에서는 보통 관객이 해당 공연장 매표소에 직접 가서 선착순으로 러시티켓을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공연계에서는 인터넷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도 러시티켓이나 할인 이벤트를 많이 찾을 수 있다.

러시티켓을 현장에 가서 사든 인터넷에서 구매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가격차가 너무 커 제 값을 주고 티켓을 산 사람들의 불만을 야기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고객층 세분화에 따른 가격 결정법도 있다. 고객층에 따라 티켓 구매능력이나 지불의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티켓 가격을 다양하게 구성할 때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비싼 것은 더 비싸게 싼 것은 더 싸게(Higher highs and lower lows)' 팔기, 정기예약 회원에게 할인해주기, 필요할 경우에는 과감한 저가 전략을 시도하기, 매진된 공연의 입장권을 산 관객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되파는 대기 티켓(standby ticket) 판매하기, 특정일이나 특정 공연의 티켓 구매자에게 대폭 할인해 주는 특별가 판촉 같은 방법이 있다.
 
   
▲ LG아트센터의 '러시아워 콘서트' 안내문 (2017).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LG아트센터의 '러시아워 콘서트'는 고객층 세분화에 따라 가격을 결정했다. 직장인들이 차가 많이 막히는 러시아워를 피해 짧은 시간 동안 콘서트를 관람하고 여유 있게 귀가하라는 취지에서 기획한 공연이다. 저녁 7시에 공연을 시작해 1시간 동안 공연하는데 티켓 값은 전석 2만원이다.

문화예술 소비자들은 한해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확인하고, 원하는 공연을 합리적인 값에 즐길 수 있다. 이후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고객층의 세분화 따른 가격 결정법을 벤치마킹하였다. 이처럼 고객층을 세분화해서 티켓을 판매하면 관객 입장에서는 금전적 혜택도 얻게 되고 다양한 예술 장르에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가격 정책을 골고루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월드투어 공연(2017)의 가격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공연에서는 좌석의 위치와 편안함에 따라 VIP석, R석, S석, A석, B석으로 구분했다. R석과 S석은 4만원의 차이가 있지만, 다른 등급에서는 좌석마다 2만원의 차이를 두었다.

관람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 비해 관람객이 적은 주중에는 '주중 패키지'로 2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극장 인근 지역에 사는 관객들은 먼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참여 기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극장 지역 할인' 티켓도 도입했다. 경쟁에 따른 가격 결정인 '티켓 소지자 할인'은 이미 공연을 본 사람들도 한 번 더 보고 싶도록 설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학생 할인'은 고객층 세분화에 따라 학생에게 특별 적용하는 할인 혜택이었다. 뮤지컬을 보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는 S석, A석, B석에 30퍼센트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처럼 노력한 결과, 이 공연은 서울 공연에서만 단일 시즌 관객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 '지킬 앤 하이드'의 가격 정책.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수입 위주에 따르건, 고객층 세분화에 따르건, 티켓을 사려는 구매의사 결정은 경제적 능력이나 지불 의사가 고객층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선택 요인을 다각도로 검토한 다음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티켓 값을 결정해야 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