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 계약 체결
"한라중공업 키워낸 사례 있다" vs "동반부실 우려된다"
   
▲ 대우조선해양 서울 다동 사옥/사진=대우조선해양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본 계약을 체결했다.조선업계 지형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전망을 놓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산은본점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참석했다. 산은은 앞서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넘기는 안건을 심의했으며, 안건 가결에 따라 본 계약을 맺었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출범시키고, 이 법인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대우조선해양을 산하에 두게 된다. 산은은 보유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지분 56%를 출자하는 대신 1조2500억원 규모 상환우선주 및 8300억원의 보통주를 받고 이 법인의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과거 한라중공업을 인수해 현대삼호중공업으로 키워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인수도 국내 조선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라중공업은 1997년 한라그룹이 부도를 맞으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어 1999년 현대중공업의 위탁경영을 받았으나, 직원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경영을 맡은 2000년 직원수가 500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50%까지 떨어졌던 조업률도 정상화됐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국내 조선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명감과 책임감에서 출발된 것이라며 "한 가족이 될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도 임직원들에게 "각 기업이 생존경쟁에만 몰입해서는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이 요원하다"며 "이번 인수는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목표하에 이뤄진 선택"이라고 전했다.

   
▲ 현대중공업이 과거 삼호중공업을 인수해 현대삼호중공업으로 키워낸 사례를 들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사진=현대삼호중공업

반면 이번 인수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양 사의 경쟁력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은 절대 흑자경영으로 돌아서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언급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수주목표 초과달성에도 47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흑자를 냈던 3분기도 조선부문은 304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며, 해양부문 체인지오더 체결에 힘입어 289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합병이 동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1국1사'가 언급되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 주체들간의 합병이 아니라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이날 공동발표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일한 조건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면서도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현대중공업 노조 등이 주장해온 대우조선해양 부실 여부를 규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2008년 산은이 회사를 한화그룹에 매각을 시도할 당시 실사를 막기 위해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