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중금리대출은 시중은행보다 지점이 없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오히려 더 유리하다. 씬파일러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선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필요하다. 기존까지 은행들은 그것을 일일이 발로 뛰면서 평가했는데, 전국적으로 고객을 확대하는 게 불가피했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도전한 '토스뱅크(가칭)'의 사업 방향 설명이다.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시 배점에는 포용성도 포함돼 있어 참여 후보 기업들간 중금리대출이나 서민금융을 적극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에는 총 3개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오직 모바일에서만 운영되는 은행이다.

1·2호 은행으로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있고 이번 인가에서는 키움뱅크, 토스뱅크, 애니밴드 스마트은행 등이 은행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애니밴드 스마트은행의 경우 발기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주주구성도 협의 중이라 키움과 토스의 양강 구도로 경쟁이 굳어졌다.

주주 구성도는 키움증권이 주도하는 키움뱅크에는 다우기술그룹 산하 계열사들과 KEB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 코리아세븐, 롯데멤버스 등이 참여했다. 토스가 주도하는 토스뱅크에는 한화투자증권, 한국전자인증, 무신사를 비롯해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이 주주사로 참여했다.

이들 후보들은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뒤 각각 사업 방향을 발표했는데 공통 가치는 '포용적 금융 실천'이다. 이는 예비인가 점수 배점에도 포함된 내용으로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IT 플랫폼의 데이터를 이용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금융 혜택을 선보이기로 했다.

먼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발표한 토스뱅크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대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지난 28일 토스뱅크 예비인가 신청에 따른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 뒤 "기존에 다른 금융사들도 중금리대출을 많이 하고 있지만 서울보증보험과 협약하거나 중금리라도 최고 금리를 메기는 구조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권의 가장 큰 문제는 금리 절벽 현상으로 전통 은행들의 신용평가가 부족했던 애로사항이 있어, 기술 혁신을 통해 제대로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예컨대 실행 방안 사업으로는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인 배달의 민족, 무신사 등과 협의해 자영업자들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상환능력을 평가해 대출을 내주는 형태를 소개했다.

쉽게 말해 배달의 민족에 광고를 내는 자영업자의 경우 주문을 배달의 민족 앱(APP)을 통해 접수받고 있다. 토스뱅크는 이 앱에 저장된 각 사업자들의 매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을 연계해 한도와 금리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스뱅크는 이번 방안에 대해 기존의 금융사들이 신용평가를 진행할 때 쉽게 취득하지 못했던 정보라 '혁신 기술'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기존 금융사들은 새로울 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 제2금융권이나 카드사들의 경우 PG사들과 협력해 음지에서 비슷한 형태로 '카드 가맹점 대출'이라는 영업을 하고 있다.

카드 가맹점 대출이란 자영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거래단말기(POS)에서 발생된 매출 정보를 기반으로 대출하는 영업을 말한다. 주로 캐피탈사나 저축은행 등이 이러한 영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단말기 회사가 자영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특정 금융사를 통해 조달하게 하면 우대 금리를 제공하거나 대출을 더 쉽게 해주는 식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약 3~4년 전부터 전자상거래 업체나 PG사들이 가맹점 계좌를 토대로 매출 등을 추정해 대출을 중개하는 영업을 진행 중"이라며 "문제는 이들의 대부분이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을 유도하고 있는데, 1금융권이 이를 실행할 경우 고금리대출을 대환하는 긍정적인 요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왼쪽 두번째)이 '신한 SOHO 사관학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자영업자가 직접 만든 상품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신한은행 제공


각종 IT 플랫폼에 흩어져 있는 비금융거래 데이터를 가공해 신용평가를 진행할 경우 돈을 빌려 쓰는 사람의 상환 능력을 더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채와 소득 수준, 카드사용액과 같은 금융거래 정보 외에 11번가 등에서 얼마나 쇼핑을 많이 했는지 등을 따져보면 금융거래가 없는 청년이나 주부 등에도 쉽게 신용등급을 산정해 대출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은 조세회피 차원에서 실제 소득보다 신고하는 소득이 적을 때가 많은데, 배달의 민족 등을 토대로 매출을 추정하면 기존보다 대출 한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역으로 생각했을 땐 '데이터 만능주의'에 따른 금리 역진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련 데이터가 없는 이들의 경우 같은 조건이라도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맹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은 IT 플랫폼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정성적 평가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량적 평가에 불가하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은 정성적 평가를 정교화하는 것인데 현장 실사 등이 불가능한 비대면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중금리대출 사업방향의 경우 대출 가능 차주 중에서도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금융 지원이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전 금융권의 부채 총량만 늘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보다 혁신적인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시중은행의 경우 포용적 금융을 실천하고자 대출 확대 외에 컨설팅, 클리닉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자영업자의 매출이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개인사업자(SOHO) 사관학교 등을 운영하고, 신용등급 상승 기회를 마련하고자 다양한 관리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대기업이 적고 고령자가 많은 지방은행의 경우 영세 자영업자를 돕고자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북은행의 경우 상환 의지와 능력이 충분하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연체 이력이 있어 1금융권의 문턱을 못 넘는 서민들을 발굴하고자 클리닉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정동필 전북은행 전주 따뜻한금융클리닉 센터장은 "구둣방처럼 정말 영세한 자영자의 경우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은 이들이 태반"이라며 "요즘도 옷가게가 많은 곳에 가면 수선집들이 보이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사업자가 없고 소득 책정도 어려워 결국 30년동안 일정 소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정량적인 데이터 중 새로운 DB를 하나 추가한다는 점에 있어서 심사를 정교화할 수 있겠다"며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이들의 상환능력을 올리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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