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넷째주 정제마진 4.9달러…전년 동기 대비 2.5달러 낮아
정유사 1분기 예상 영업이익, 전년 동기·당초 예상 대비 저조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제유가가 점진적 상승 기조를 이어가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적자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지만 올 1분기 실적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4.4달러로, 올 1월1일 대비 38.5% 가량 올랐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역시 같은 기간 각각 29.5%, 35.5%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원유 생산량 및 달러 인덱스 증가에도 국제유가가 이처럼 높아진 원인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미국의 대이란 제재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수입 금지 △리비아 정세 불안 등이 꼽히는 가운데 수급 악화에 따른 가격 상승을 노린 국제 투기 자금이 몰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국제유가 추이(1월2일~4월8일)/자료=오피넷


앞서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3분기 미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같은해 4분기 총 9000억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재고평가이익이 떨어지는 가운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도 같은 기간 배럴당 평균 6.1달러에서 4.3달러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12월의 경우 2.9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국제유가가 반등에 성공하고 정제마진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불거졌으나, 본격적인 회복은 빨라야 2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000억원과 2000억원대 초중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다른 정유사들의 사정도 매한가지일 것으로 전해졌다. 

정제마진이 1월 넷째주 1.7달러까지 추락한 이후 오름세를 보였지만, 3월 넷째주 들어서야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의 7.9달러와 비교하면 2.5달러 가량 낮은 수치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2분기에는 이란 제재 이슈가 부각, 유가가 지속 상승할 것"이라며 "성수기 진입에 힘입어 휘발유 마진이 개선되는 등 복합정제마진 상승도 기대되며, 올 하반기 복합 정제마진은 호황기(2015~2017) 평균을 상회하는 8.7달러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정유4사 로고/사진=각 사


정제마진에만 매달릴수 없는 정유업계는 전기차 보급 및 저유황유 수요 확대에 대비, 해당 제품군 생산비중을 높이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9452억원을 들여 헝가리에 제2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건설에 1조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또한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생산량 확대를 위해 증평·중국(창저우)·폴란드 등에서 설비 신증설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2일 소재사업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상업가동에 들어간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에 힘입어 중질유 생산비중을 낮추고 등·경유 제품군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솔벤트 디-아스팔팅(SDA) 공정에서 경질유 및 윤활기유 생산을 통한 수익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산유국 생산 차질로 미국 정유사 우위 악화에 따른 가동률 조정 등 구조적 여건에 따라 정제마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를 앞두고 선박업체들이 테스트 가동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에서 (저유황유) 수요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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