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고 조양호 지분 상속 받기 위해 약 2000억 원 필요
상속세 지불하면 경영권 방어 어려워…"징벌적 상속세 문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상속세 문제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을 상속 받기 위한 세금을 지불하고 나면, 결국 경영권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약탈적 상속세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약탈적 상속세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추후 대한항공을 이끌게 된 조 사장은 당장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세와 지분 이양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상속세’ 문제의 경우, 조 사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17.8%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대한항공, 진에어, (주)한진, 정석기업, 칼호텔네트워크 등 주요 한진그룹 업체들의 최대주주다.  

만약 조 회장의 장남인 조 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는 약 193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조 회장이 보유한 1055만주의 가치 3250억원(6일 장중 가격인 주당 3만6700원 적용)에 50%의 세율을 적용한 것이다. 

상속세를 최대 5년간 분납할 경우 연간 387억 원에 해당한다. 이 같은 규모의 상속세를 한진칼의 배당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진칼은 지난 2018년 이익에 대해 179억 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최고세율이 65%에 이르는 상속세가 ‘징벌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상속세율이 계속 된다면 경영권을 지키면서 상속세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약탈적 상속세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미디어


또한 이 같은 징벌적 상속세가 가능한 이유는 경영권 승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풍토에 기인한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상속세를 높게 매기는 것은 ‘상속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다음 세대로 기업을 넘길 유인이 없다면 기업이 성장할 이유도 사라지게 되고, 이것은 결국 기업의 퇴보, 크게는 국가 경제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대표는 “이런 이유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기업 상속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노르웨이, 호주, 홍콩, 러시아, 스웨덴 등 13개 국가가 2000년 이후 상속세를 폐지했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높은 상속세는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중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핵심 전략이었다”며 “현재의 상속세 제도 하에서는 기업은 모두 국유화 되고 기업을 한다는 사람들은 해외로 떠나고 공무원만 남아있는 나라가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특히 한진칼의 경우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속세를 지불하기 위해 주식 매각이 이루어질 경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높은 상속세율은 기업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에 기인한다”며 “그러나 약탈적 상속세율을 부과해 ‘성공한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은 성공을 처벌하고 부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속과세의 본질은 사람의 사망을 과세 사건으로 보는 ‘사망세’”라며 “사망세의 관점에서 볼 때, 상속세는 낭비하고 소비를 즐겨 무일푼으로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면세’하고 근검절약해 부를 축적한 사람에게 ‘과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