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통합 제안서 '공식 발송'…현대·기아 노조 수뇌부 논의 예정
'65세 정년연장' 두 노조 의견 합치…노조 통합 시 사측 부담 가중될 듯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전국금속노조 산하에 있는 기아자동차 지부(기아차 노조)가 최근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와 통합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입장차이로 성사되지 못했던 이번 노조 통합이 현실화 되면 향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 과정에서 더 큰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양측 노조는 이번 통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외부노출을 꺼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 노조에 '노동조합 통합 제안서'를 발송하고, 오는 28~29일 진행되는 현대·기아차 노조 확대 간부 수련회에서 공식적으로 노조 통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국내 자동차 업계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 노조는 2017년에 비공식적으로 통합 논의를 시작했지만, ‘통상임금’ 관련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통합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에 두 노조 간의 비공식적인 만남이 수차례 진행되면서 견해의 간극을 좁혀간 것이 이번 노조 통합 논의를 공식적으로 진행하게 된 배경이다.

두 노조의 공식적인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결정적인 요인은 ‘정년연장’이라는 공통적인 핵심 요구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아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 65세 연장 요구’를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라는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정년연장 △통상임금 △고용안정 △불법파견 촉탁직 해결까지 4대 핵심과제를 최우선적으로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양사의 노조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정년연장'이라는 공통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위축과 함께 전기차로의 체제변환이 진행되며 완성차 업계의 기조가 몸집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번 통합이 성사되면 약 3만명의 기아차 노조와 약 5만명의 현대차 노조가 합쳐지며 8만명 이상의 매머드급 강성노조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임단협 난항과 이로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매년 두 노조 합계 약 2000명 이상의 정년퇴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년연장에 대한 노조의 투쟁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정년퇴직자가 늘어나면 반대로 노조 조합원 수는 줄기 때문에, 노조의 힘이 약화 되는 것을 노조 통합으로 타계하자는 포석도 깔려있다.

또한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 노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과 직원 복지 혜택 등에서 차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노조의 통합을 통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현대차그룹 산하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조가 통합되면 ‘65세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사측과의 힘겨루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차그룹은 정년에 가까워질수록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측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사측은 이번 통합을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실제로 두 노조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임단협 등 협상에 어려움이 따르고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두 노조의 통합 논의에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두 노조가 통합될 경우 금속노조 산하에 각각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로 나뉘어있던 조직에서 하나의 현대·기아차 지부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으며, 막강한 힘을 가진 통합 지부가 되어 금속노조의 대표 격이 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노조 내부에서는 노조 통합 논의와 관련된 내용이 외부 노출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노조 통합을 원하지만 구체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기 전까지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 노조가 통합되게 되면 거대 공룡 노조로 대한민국 노조를 대표하는 격이 된다”며 “노조 통합이 이뤄지면 향후 사측이 노조를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그 기세가 대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노조 입장에서 통합은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력을 감축해야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두 노조가 통합되면 기업 경영 측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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