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아닌 법인이 10주 소유 매우 이례적...경쟁사 주총 이슈 때문에 소유했던 것으로 파악, 처분 예정
   
▲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사진=호텔롯데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롯데가 경쟁사인 호텔신라 주식을 오랜기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호텔신라의 주식은 단 '10주'. 호텔롯데 직원들조차 "왜 호텔신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모른다"라는 입장이다. 경쟁사의 주식을 투자목적이나 경영권 참여, 의결권 등의 목적도 아닌데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호텔롯데 측은 취재가 들어가자 호텔신라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전해왔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호텔신라 주식 10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부금액은 200만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면세점(면세사업부), 롯데호텔(호텔사업부), 롯데월드(월드사업부), 리조트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생기기 전까지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했다.

그런 호텔롯데가 경쟁사인 호텔신라 주식을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있었다. 호텔신라는 신라호텔과 신라스테이(호텔&레저사업), 신라면세점(면세사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겹치는 사업 부분이 많다. 호텔신라는 1991년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했다.

호텔롯데가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호텔신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단순 투자목적으로 보기도 힘들다. 보유 주식 수도 단 10주라 경영권 참여나 의결권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단주 매매가 되지 전까지 10주는 최소 거래 주식수로 파악된다.

호텔롯데 사업보고서상에는 2012년부터 호텔신라 주식을 보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호텔롯데는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해태음료, 킴스클럽마트 등의 주식도 가지고 있었다. 현대백화점(14만6464주)과 현대그린푸드(36만6160주)는 아직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단 10주만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호텔신라가 유일하다.

   
▲ 2018년말 기준 호텔롯데 사업보고서 상의 시장성 있는 지분증권 내역./사진=호텔롯데 사업보고서

호텔롯데가 호텔신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배경은 경쟁사인 호텔신라가 상장사이며 면세점 이슈 등을 주주로서 먼저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쟁사의 이슈나 주주총회 등의 정보를 알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더라도 직원이 아닌 법인이 소유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인이 타법인 주식을 1주라도 소유하면 신고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사의 주총 이슈나 이벤트가 발생할 때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경쟁사 주식을 사는 경우는 있지만, 주로 사내 정보팀 직원들이 사는 경우는 있지만, 법인이 사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측은 호텔신라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으나 지금까지 한 번도 호텔신라 주총장에 참석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호텔신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라며 "아마도 보유 주식 수가 얼마 되지 않아 담당 직원이 처분하는 것을 소홀히 했을 수도 있으며 조만간 해당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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