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산, 청산강철 부산 열연공장에 지분 50% 투자
부산시 “길산이 포기하면 억지로 유치 못해”
   
▲ 길산파이프가 중국 청산강철과 합작으로 국내 진출을 꾀하고 있다. 투자 승인을 담당하는 부산시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포스코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중국 청산강철의 국내 진출에 대해 지분 50%를 투자키로 한 길산파이프가 국내 기존 업체들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투자포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산 관계자는 30일 "철강업계의 반발을 못 넘어 부산시에 계획을 정리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다만 이번 청산강철과의 스테인리스 공장에 대한 투자 목적은 고용창출 보다는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을 위해서였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의 스테인리스 제조사이자 세계 1위 점유율을 기록 중인 청산강철은 지난 3월 국내 1위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업체 길산파이프와 50대 50 투자(각 1억2000만달러)로 합작 법인을 설립해 하반기 연간 60만톤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공장을 착공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한 바 있다.

길산 관계자에 따르면 중소 철강업계는 국내 스테인리스 고가정책에 국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테인리스 2차산업의 해외수출도 1990년대 약 4000억원에서 지금은 100억~200억원으로 떨어졌다. 10%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대형 철강사와는 달리 중소 철강업계는 1%에도 못 미쳐 저렴한 원소재가 경쟁력인 청산강철과 협업을 통해서야 비로소 길산 같은 하방산업을 살릴 수 있다는 게 길산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지분 41.12%를 보유한 현대비앤지스틸과 포스코 등은 공급과잉을 문제 삼으며 청산강철의 국내 진출을 반대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냉연 기준 우리나라 스테인리스의 연간 생산능력은 189만톤으로 수요는 100만톤이다. 산술적으로는 89만톤이 남는다. 청산강철이 연 60만톤 생산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세우면 포화상태가 와 국내 관련업체들은 고사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의 경쟁심화로 피해는 우리 회사가 받을 것이다. 특히 인천공장 스테인리스 사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은 바 있다. 

한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기지로 오해 받아 통상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청산강철은 인도네시아 제강공장에서 열연을 들여와 부산 공장서 연간 60만톤의 냉연을 생산해 30%는 한국에 판매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보다 20% 이상 저렴한 원료로 생산된 열연을 한국으로 들여와 냉연 제품을 생산할 경우 기존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와 가격 경쟁은 불가피하다. 

결국 좁은 국내 시장을 피해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가인 중국, 인도네시아산 소재를 가공한 청산강철의 냉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될 경우 한국이 중국의 우회수출처로 꼽히며 한국산 제품까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청산강철 공장이 설립되면 일자리창출 등 1차 요인으로부터의 효과보다는 이 요인들로 인해 오는 부작용이 더 큰 점을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부산시에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청산강철은 부산 공장 유치가 철회되면 다른 철강업체와 손을 잡는 것에 대해선 계획을 세워두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청산강철도 공장 유치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이 심한 것을 인지하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했다. 

투자 승인을 담당하는 부산시는 조만간 청산강철의 부산 공장 유치 결정을 낼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업계 의견과 부산 기업들의 애로 사항 등을 수렴해 빠른 시일 내 최종답변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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