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위원장 "중견기업서 일어나는 사익편취, 단속 방침"
이병태 교수 "소비자 권익 보호해야 할 공정위, 기업구조에 집착"
   
▲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대한상공회의소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공정위가 기업 성장을 막아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9일 중견기업계에 따르면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조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부당 내부지원 등 각종 부조리한 사익편취가 대기업보다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인 중견기업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며 "더 많은 자료를 모니터링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 조 위원장은 "현행 제도상 범칙금이나 과징금 규모가 크지 않아 기업들이 공정위 제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외국 거래당국으로부터의 제재 사례는 총 25건 3조6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업계에선 '부당거래' 근절을 위해 해외 사례를 들면서까지 범칙금이나 과징금을 논하는 것은 더 큰 액수의 제재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김상조 전임 위원장에 이어 조 위원장의 공정위 역시 기업들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해 규제일변도의 강공 드라이브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여당이 공정위 기업 제재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률 규정상 한계가 있어 공정위의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 조사 실적이 미미하다"며 "중견기업 사건은 대기업 대비 거래 부당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제재에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질의했다.

   


그러나 전 의원의 발언 내용과는 다르게 자산총액 5조원 미만 기업집단(중견기업)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5장 제23조 7호를 적용할 경우 충분히 제재가 가능하다.

해당 조항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나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24조 2항은 이를 어길 시 공정위가 매출액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독소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검찰로 통하는 공정위가 강경 스탠스를 취하자 중견기업계에선 "그러잖아도 공정위 제재 수준이 높아 업계가 신음하는데, 조 위원장 발언은 현실감각이 없음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수직 계열화를 통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해 더 큰 규모로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을 규제 기관인 공정위가 설계주의에 빠져 사실상 '전족'을 채우고 재단하는 꼴이란 지적이다. 또한 중견기업 성장을 독려해야 할 정부가 도리어 옥좨 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을 잃게한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최근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라며 현대자동차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에게 과징금을 때렸다가 법원 결정에 따라 반환했다"며 "기본적으로 거래는 단순히 가격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납기·안정성·기밀유지 등 여러 요소를 보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기업들에게 제재를 가하고자 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실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 '수직 계열화'라고 불러야 옳다"며 "기업 상속을 할 때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붙기 때문에 CEO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회사에 일감을 주고 그 수익으로 세금을 충당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칭송하는 오뚜기나 유수의 기업들 역시 다 그런 이유로 물류나 SI 등에 있어서도 내부 거래를 하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기업을 잡을 게 아니라 오히려 관련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법정에 가면 줄줄이 패소하는 공정위는 경찰국가 마냥 기업 구조에 집착하며 갑질을 일삼는다"며 "애당초 소비자들이 독·과점 피해로 입은 피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기관이 자꾸 초점을 CEO 지정 등 애먼 곳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은 주주들의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공정위는 가격 경쟁을 통해 경쟁자를 죽이는 불공정거래를 단속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에 힘써야 할 공정위가 설립 목적과 취지를 망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