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용자, 타다와 택시 구분 안 해…렌터카 아닌 유료 운송사업으로 봐야"
박재욱 대표 "타다 드라이버 일자리·이용자 편익 지키기 위해 최선 다할 것"
   
▲ 타다./사진=VCNC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검찰이 공유경제의 대표격인 '타다'를 불법으로 보고 이재웅·박재욱 VCNC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익단체 눈치를 보느라 소비자 편의는 등한시하고, 혁신의 싹을 자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김태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5부장검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와 자회사 VCNC의 박 대표 역시 양벌 규정에 따라 지난 28일 법정에 세웠다. 검찰 관계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이용해 면허 없이 유상 운송사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 같은 전격 기소는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들이 지난 2월 타다 서비스를 '불법 택시 영업'으로 고발한 것에 기인한다.

쏘카와 택시업계의 핵심 쟁점은 타다가 렌터카인지 유사택시인지 여부다. 쏘카 측은 유사택시라는 택시업계 주장에 대해 사업자(타다 서비스)의 운전자(기사) 알선에 관한 예외조항을 근거로 합법적인 영업이라고 주장해왔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승차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의 경우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검찰은 타다가 예외조항의 입법 취지를 왜곡해 불법 운송사업을 하고 있다는 택시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검찰 측은 "이용자들이 사실상 타다와 택시를 구분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렌트'라는 개념으로 이해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운전자 알선이 법적으로 가능한 자동차 대여사업이 아닌 유료 여객운송사업으로 봐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쏘카와 타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두 회사는 "국민 편익 요구와 신기술 발전에 발 맞춰 세상이 바뀌고 있다"며 "타다는 앞으로 재판을 잘 준비해 법원의 새로운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재욱 VCNC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심경을 고백했다. 박 대표는 "약 9년 전 VCNC를 창업해 지금까지 더 나은 가치를 담은 제품과 서비스가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간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해왔다"며 "저와 같은 창업자에겐 (검찰 기소가) 참 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박 대표는 "세상은 변화하고, 우리는 점점 뒤처지고 있는데 (기소로 인해) 대한민국 혁신 경쟁력과 속도가 더 타격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저희를 믿고 함께 해주고 계신 드라이버분들의 일자리를 지켜 13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있는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여태까지 많은 개발자가 피땀 흘려 만들어온 AI 기술력이 무의미해지지 않게 할 것"이라며 곧 열릴 재판에서 검찰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을 시사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다룬 한국정책방송(KTV) '문워크'에 출연해 "개발자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분야별 장벽을 과감히 허물겠다"고 공언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 기소를 보면서 문 대통령의 연설이 얼마나 공허한 소음인지 자명해졌다"며 "말과 행동이 괴리됨을 본인만 모른다"고 꼬집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정부가 말하는 혁신이란 무엇이냐"며 "정부가 허용한 사업에만 혁신 딱지를 붙여주느냐"고 비판했다. 현 대표는 "정부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혁신이 아닌 것"이라며 "혁신이란 공공의 영역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언가"라고 게재했다.

   
▲ 5월 10일 개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공유차량 모빌리티 서비스 3사.(왼쪽부터 벅시, 타고솔루션즈, 코나투스)/로고=벅시·타고솔루션즈·코나투스


한편 정부와 지자체 규제 탓에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타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앱 기반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와 ‘대형택시와 6~10인승 렌터카를 이용한 공항·광역 합승서비스’를 제공하는 △벅시 △코나투스 △타고솔루션즈에 대해 실증특례 적용 여부를 검토한 뒤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해 판단을 유보했다.

벅시와 타고솔루션즈의 경우 사업용 6~10인승 차량이 디젤차이기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 정책 기조에 어긋나고, 현행법상 11인승 이상 승합차에만 허용된 운전자 알선이 이하 인승으로 확대되면 택시업계의 반발 기류가 예상된다는 게 심의를 보류한 배경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코나투스는 택시산업발전법상 금지된 '합승' 모델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또한 합승 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어 이용자 편익과 부작용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밝힌 바 있다.

   
▲ 정부와 서울시 규제로 기존 국내 사업을 접고 사업 모델을 바꾼 우버와 콜버스/로고=우버·콜버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세계적인 운송 네크워크 스타트업인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해 시동을 끄도록 했다. 2017년 4월 법원에서 불법 운송이 인정돼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우버코리아는 결국 한국에서 철수했고, 올해 초 택시 콜사업으로 사업 모델을 바꿔 재진출했다.

서울시는 2018년엔 심야 시간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과 13인승 밴에 합승하는 서비스인 '콜버스'에 대해서도 철퇴령을 내린 바 있다. 11인승 이상의 승합차와 강남 3개구 등 차종과 운행 지역까지 제한했던 서울시는 사업 허가 한달만에 서울 택시 조합의 단속 요청으로 국토교통부에 적법성 판단 여부를 의뢰했으나, 조율에 나선 국토부는 결국 기존 버스와 택시 업체에 한해 여객운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했다. 이로써 콜버스는 소리 소문없이 사실상 사업을 접고 우버와 비슷하게 버스 대절 가격 비교 예약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바꿨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