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스타트업·소상공인 양쪽 모두 관여 진퇴양난
배민 매각에 손 들어줄 경우 소상공인 반발 우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스타트업 육성과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 정책을 관장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배달의민족과 소상공인연합회간 감정싸움으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해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예비 유니콘 기업(자산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 14개사를 선정했다. 중기부는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제도를 통해 업체당 최대 100억원, 총 775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힘입어 스타트업이던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DH)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유니콘 기업으로의 스케일 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에 중기부가 적극 찬성할 경우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반대 목소리를 낼 경우 스타트업 업계가 비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뜻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기부는 최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중재하고자 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김 대표가 수수료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박 장관 발언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 같이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DH의 수수료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가 갈등의 핵심이며, 중기부가 고민해야 할 점이다. 최근 소상공인기본법이 통과돼 중기부는 3년마다 소상공인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수수료 문제에 있어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경우 시장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5일 간담회를 통해 DH-우아한형제들 M&A 자체가 시장 독과점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결합에 대해 무조건적 반대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업계 1·2위가 결합하는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원칙적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16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배달의민족-DH 기업결합과 배달앱 시장 실태 및 상생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중기부·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모였다.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공정위가 DH-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라며 "공정경제를 지키기 위해 정부 당국의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중기부와 공정위가 기업 간 결합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편 박영선 장관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크지 않으면 경쟁 세계에서 소멸된다"며 "DH로의 매각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어 고심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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