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꽃, 회사 잘 키워서 성공적 매각하는 것
임종화 교수 "M&A, 사고 파는 양쪽 모두에게 이득"
"한국인 뇌리엔 IMF 사태 등 관치경제 박혀있어"
   
▲ 딜리버리 히어로와 배달의민족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딜리버리 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합병해 독과점 논란이 이는 등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우아한형제들의 성공적 매각을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수의 주문배달 서비스앱들인 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 등을 운영 중인 독일 DH가 우아한형제들까지 인수해 배달업계 시장 점유율이 90%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업종에서나 1개사가 시장 전체를 독점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시장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례로 요식업계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지난 18일 소상공인연합회 성명문을 통해 "특정 기업의 시장 내 전무후무한 독점에 따른 폐해가 우려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DH가 광고료 및 서비스료 인상 등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공정위가 모든 사항을 철저히 검토해 엄정한 기업결합 심사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 27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과 국회 정론관에서 우아한형제들-DH 합병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소상공인연합회


이 외에도 지난 27일엔 최승재 소상연 회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우려가 증폭돼 공포로 확산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언급했다.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은 같은 날 "DH가 소상공인과 소비자·배달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며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갑질'을 했는지, 두 기업의 결합이 갑질 구조를 더욱 공고히 만드는 게 아닌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은 너무나도 결과론적인 측면에 치우쳤다는 게 스타트업 업계의 중론이다. 스타트업의 꽃은 기업 가치를 키워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것이다. 이는 곧 기업가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입장에선 매각이 당연한 결정이었을 것이란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그런 연유로 우아한형제들을 경영해온 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우아한형제들
자본금 3000만원으로 김봉진 대표가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라는 초대형 잭팟을 터뜨리기까지의 시간은 얼마나 되며, 무엇을 해왔을까. 김 대표는 이 같은 '대박'을 터뜨리기까지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광고·IT 분야 디자이너로 일하다 2008년 수제 디자인 가구사업에 뛰어들어 2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폐업한 후 NHN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디자인 일감을 따내는 등 밤낮 없이 일하며 빚을 갚아나가던 그는 2010년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시각디자인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그런 와중에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김 대표는 2010년 10월 개인사업자를 내고 현재 배달의민족 체계를 확립하는 작업에 나섰다. 4년 동안 직접 발로 뛰며 음식점 전단지 5만장을 모으는 등 '음식점 빅데이터' 구축에 힘쓴 것이다.

이런 내공이 쌓여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고, 창업 9년만에 세계적인 배달 앱 서비스 업체 DH에 회사를 매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듯 4조7500억원 대박 뒤엔 이 같은 엄청난 노력이 숨어있었다는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임종화 청운대학교 교수는 "M&A는 기본적으로 파는 쪽과 사는 쪽 모두 가장 좋은 가격대를 맞췄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억지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달 수수료에 대해서 그는 "(배달 수수료가) 올라서 소상공인들에게 좋은 것은 없겠지만 수수료에 무너진다면 오히려 경쟁력 없는 요식업소임을 증명하는 꼴"이라면서도 "과도하게 올릴 경우 DH도 시장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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