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 4월 중 매각…유료방송 3사 "인수 검토 안 해"
주인 못찾은 딜라이브 이어 CMB도 매각 의지
"통신 자본 건전하게 활용해 지역방송 경쟁력 끌고 가야"
   
▲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올해는 유료방송업계 인수합병(M&A)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딜라이브, 현대HCN, CMB 등 케이블TV 업체들이 사실상 모두 매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은 당장 추가 M&A 시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갈 길이 급한 KT도 합산규제로 발목이 잡혀 있지만 유료방송 1, 2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어 M&A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1일 현대HCN 인수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달 중 매각이 추진될 현대HCN은 LG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 뒤를 이어 케이블TV 5위에 자리 잡고 있다. 순위는 뒤처지지만 서울·부산·대구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을 확보하고 있고 매년 300억~400억원의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대HCN의 가입자는 134만5365명이다. LG헬로비전의 사례를 대입해 가입자 1인당 가치를 약 38만원으로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약 5112억원에 이른다. 

인수 유력 후보로는 SK텔레콤과 KT가 거론되고 있다. SK와 LG의 M&A가 마무리되면 유료방송 점유율은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 31.31%, LG유플러스(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72%, SK텔레콤 계열(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03% 등 순이 된다.

SK텔레콤이 점유율 4.07%의 현대HCN 인수를 추진할 경우 28.1%까지 높아져 LG유플러스에게 빼앗긴 2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고, 1위 KT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발목이 잡혀 지난해 진행된 유료방송 인수합병전에 참여하지 못했던 KT 입장에서는 1위 사업자 지위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을 약 8000억원에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여력이 크지 않다. 지난해 LG유플러스 현금자산은 연결기준 4961억원, 별도기준 361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료방송 1위인 KT는 구현모 신임 대표가 공식 출범하며 새로 전열을 정비해야 하고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각각 LG헬로비전, 티브로드 등을 인수해 조직통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MB도 매각 검토 의지를 드러냈다. CMB는 2018년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하고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ICT 인프라 차이로 설비투자 확대가 필요하지만 적극 나서기 어려워 매각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CMB는 대전, 충청, 세종 등 지역 중심 가입자 기반을 형성하고 있고 점유율이 4%로 높지 않아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다. 또한 권역별로 나뉘어 있던 11개 지역방송국을 단일법인으로 합병하면서 지분 매각이 수월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것이 유료방송사에 솔깃한 점이다.

현대HCN과 CMB 행보에 딜라이브도 조급해졌다. 딜라이브는 지난달 자회사 IHQ가 손자회사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매각하며 몸값을 낮춰 매각 확률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차례 매각 기회를 놓친 KT가 다시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KT 관계자는 "경쟁사가 먼저 한 M&A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 보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케이블TV 업체가 속속 매물로 나오는 배경에는 부진한 업황이 꼽힌다. 방송통신위원회 '2019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 전체 매출액(6조808억원) 중 IPTV 매출은 3조4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블TV는 1.9% 감소한 2조898억원 매출을 냈다. 케이블 방송 가입자 수 감소와 광고단가 인하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M&A로 다채적 콘텐츠 제작할 수 있는 바게닝 파워가 생기고 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지상파가 아닌 통신이 들어오며 방송시장에 새로운 재편이 일고 있다"며 "지역 방송의 고유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통신 자본을 건전하고 지역 방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내부 정리가 필요해 당장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불확실하지만 장기적으로 케이블TV와 통신사 합병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며 "케이블TV가 갖고 있는 지역 콘텐츠를 IPTV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지역 방송 정체성을 가져가는 방안을 고안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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