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박문희 대표이사 선임...각자 대표체제 전환
종근당홀딩스, 이례적으로 투자 전문가 황상연 대표 영입
약가 정책 등 제약산업 환경 악화 대비 위한 조직 쇄신
   
▲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외부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향후 제약산업의 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 쇄신에 나섰다./사진=픽사베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외부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향후 제약산업의 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 쇄신에 나섰다. 

29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3상 재개 결정으로 기회를 얻은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박문희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수감 중인 이우석 단독 대표 체제에서 이우석·박문희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박 대표를 선임했을 당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로 "수감 중인 이 대표의 공백을 메우고, 원활한 의사결정을 위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코오롱그룹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8년부터 코오롱글로벌 인력개발팀장, 코오롱글로벌 경영전략SC장을 거쳐 2013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코오롱그룹 인사실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지난 1월 말 코오롱생명과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진행중인 인보사 품목허가 행정소송은 박 대표가 풀어야할 주요 과제다. 박 대표는 미국 FDA의 인보사 임상 재개 결정을 행정소송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FDA가 인보사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환자 대상 임상3상 재개를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란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 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2액의 형질 전환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 세포인 것으로 드러나 식약처는 허가를 취소하고 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 한독 백진기 대표이사./사진=한독


한독은 최근 백진기 인사 담당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백 신임 대표는 1984년 한독에 입사해 36년간 인사, 조직, 교육, 노무 관리를 이끌어왔다. 이번 인사는 여성 최고경영자로 주목받던 조정열 전 대표가 지난달 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뤄졌다. 

한독이 내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또 이사직에 오르는 내부 인사는 보편적으로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경력자인 경우가 다수이지만 한독은 이례적으로 인사 담당자를 이사직으로 뽑았다.

백 대표는 한독이 '토탈헬스케어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상위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포부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이오 기업 제넥신과 공동으로 서울 마곡에 연구개발 센터를 짓고 있다. 완공은 내년 11월이며 연구개발 센터를 통해 공개혁신(오픈 이노베이션)에 주력할 계획이다. 

종근당과 종근당바이오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 종근당홀딩스는 지난달 투자 전문가인 황상연 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금융전문가를 이사직에 영입하는 사례는 드물다. 재무 관리를 보다 획기적으로 하기 위한 종근당홀딩스의 결정으로 보인다.

황 신임 대표는 신영증권과 신한증권에서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를 거쳐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주식운용본부장, 엠디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 황상연 종근당홀딩스 대표이사./사진=종근당홀딩스


경남제약은 최근 배건우 전 대한뉴팜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배건우 신임 대표는 2004년부터 4년 간 휴온스에서 전무로 지냈으며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뉴팜 사장을 역임했다. 

이렇듯 국내 제약사에서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이후 약가 인하로 인한 제약산업 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분석된다. 

제약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까지는 묵묵히 버텨왔지만 2분기부터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절반 이상 줄면서 최소 1조8000억원대 업계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또 복제약(제네릭) 차등제 적용으로 약가 인하 여파까지 더해지면 제약산업의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 1월까지 예정된 약가 인하 조치와 더불어 제네릭 약가 차등제까지 더해지면 업계가 받는 타격은 건강보험 청구액 5% 수준인 1조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경영 스타일에 따라 기업의 분위기도 좌지우지되기 마련"이라며 "조직 쇄신을 통해 코로나19라는 불안한 환경과 변경되는 약가정책 등으로 입는 타격을 최소화하고 최대 효율로 운영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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