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유효한 사과" 긍정 의견 속 "재판부 고려할 듯"
집행유예 기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들도 나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향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받고 있다.

당초 이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른 것으로,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의 주문에 따라 올해 2월 출범한 기구다.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사과문에 준법감시위 권고안 내용이 모두 담겨있어 긍정적으로 본 반면,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양형요소로 규정한 '진지한 반성'이라는 요소가 드러나는지에 대해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은 크게 경영권 승계와 삼성의 무노조 문제, 시민사회 소통 및 준법 문제에 대해 이날 사과했는데, 파기환송심에서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혐의로 피고인의 신분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6일 서울삼성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입장을 밝히면서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해 준법감시위를 양형 사유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반발한 특검팀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재항고한 상태다.

기피신청에 대한 대법원 결정이 날 때까지 지난 1월 17일 열린 4차 공판 후 넉달 가까이 파기환송심이 멈춘 가운데, 법조계는 이번 사과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재판부 판단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법원 현직 판사는 7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다음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으로 이재용 부회장 소환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 파기환송심은 경영권 승계 관련 현안에 부정청탁했다는 혐의를 받는 별개의 건"이라며 사과문 발표가 재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당초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미국 연방양형기준을 참고해 그룹 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고 주문했고, 이번 사과는 그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대국민 사과가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신중하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대국민 사과가 법정 진술과 달리 직접적인 감형 사유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 결국 재판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총 86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과 관련해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코어스포츠에게 건넨 용역대금 외에 최서원(순실)측에게 준 34억원 상당의 말, 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16억원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5년 이상 징역형을 내리지만 재판부 재량으로 2년 6개월까지 감형할 수 있고, 3년 이하 징역형에 대해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한 법조인은 본지의 취재에 "판사 재량으로 형을 낮추는 작량감경을 통하면 2년 6개월까지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은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구속 보다는 무조건 실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국민 사과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가 양형을 낮출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을 제공했다"며 "특히 특검팀 기피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문을 보면, 뇌물 횡령 범죄에서 '진지한 반성'을 양형요소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어 합의할 수 없고 형을 줄일 구체적인 것이 마땅치 않다. '봐주기 판결을 했다'는 한쪽의 비난이 쏟아질 수 있어 재판부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