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19억원 내던 지난해 1Q와는 전혀 다른 모습
1Q 초 보유 중이던 현금 77억 중 67억 소진…현재 전무할 듯
제주항공, 실적 부진으로 인수 부담 느껴 SPA 계속 미뤄
   
▲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이스타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이스타항공의 경영 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생존 여부와 함께 인수자로 나선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을 계속 미뤄 도산 후 인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906억원, 영업손실 359억원, 당기순손실 409억원을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은 경영 사정이 악화일로를 걸음에 따라 지난달 9일과 24일 각각 국내선·국제선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을 발표했다. 항공기를 띄우지 않는 것이 적자폭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무급휴직·수습 부기장 80여명 해고와 지상조업자회사 이스타포트와의 계약 해지 등이 잇따랐고, 35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아울러 리스 항공기들 역시 계약 종료 기간이 도래하기보다 약 3년 반~4년 가량 앞당겨 반납하는 등 마른 수건 짜기 작전에 돌입했다. 

실제 회사의 각종 재무제표 상황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자본금은 485억7000만원이나, 결손금과 미처리 결손금 등을 제하면 부채는 114억5271만원으로 집계된다. 자본보다 빚이 더 많은 완전 자본잠식률이 214.5%에 이른다.

또 올해 1분기 초에 보유 중이던 현금의 총액은 77억3578만원이었으나, 이 중 66억9915만원을 소진해 현재 남은 건 10억3662만원 뿐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1분기까지의 재무제표상에 존재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경영난이 더욱 가중됐을 4월과 5월을 지나며 모두 소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외 현금을 창출해낼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24억88만원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의 경우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서 채무자로부터 받은 담보물권인 '질권'으로 설정돼있기 때문에 이스타항공이 현금 창출원으로 활용할 수 없고, 이는 곧 유동성 위기 극복에 동원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제주항공


이스타항공의 명줄은 구원자로 나섰던 제주항공 경영진의 향배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SPA를 또 한차례 연기했다. 제주항공의 1분기 연결기준 실적 또한 영업손실 657억2647만원·당기순손실 1014억510만원으로 처참한 탓이다. 또 지난 15일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의 총합은 679억5986만원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금으로 119억5000만원을 입금한 바 있고, 425억5000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당장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동원해 인수를 완료할 수는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SPA를 체결한다는 것은 이스타항공 몫으로 남아있는 모든 것들을 떠안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이를 의식한 제주항공 경영진이 부담스러워 해 인수를 미룬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170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있어 이렇다 할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는 당장 이스타항공에 수혈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며, 최악의 경우 이스타항공 파산 후 제주항공이 인수하게 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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