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 387명 3개월 무급 휴가…전 승무원 대상 희망휴직 받기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사측과 급여 50% 삭감 합의
   
▲ 국내 항공사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글로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국내 항공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항공기들이 공항 계류장에 줄지어 있는 가운데 정리해고 등 고강도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스타항공은 국내선·국제선 등 전 노선에 대해 셧다운을 선언했고, 지난 1일엔 전체 직원의 40%인 750여명을 구조조정 한다고 발표했다. 리스 중인 항공기 2대를 반납했고, 10대는 반납 예정이기 때문에 이에 맞춘 조치다.

우선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사측 계획에 미달할 경우 다소 강제성을 띠는 정리해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미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는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항공업계 첫 해고 사례 및 신호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실제 국내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의 사례를 두고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닌 모양새다. LCC와 FSC를 가리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서울과 티웨이항공은 희망휴직 신청을 받았다. 진에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단위 순환 유급휴직을 시행했고, 제주항공·에어부산 또한 유급휴직을 실시하거나 연장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 인력의 절반만 운용하는 자구안을 실시 중이다. 이와 관련, 4월 중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15일 이상 무급휴직 처리한다고 밝혀둔 상태다. 여기엔 지난달 16일부로 운항을 중단한 6대의 A380에 근무하는 운항 승무원들도 포함된다.

이에 발 맞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사측과 최근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최소 15일 이상 무급 휴직을 하기로 했고, 임금 50% 삭감에 동의했다.

국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 역시 구조조정 대열에 꼈다. 대한항공은 전체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휴직(무급) 신청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2년차 이하 인턴 객실 승무원 또한 포함된다.

외국인 조종사 387명(기장 351명, 부기장 36명)은 이달 1일부터 6월 30일까지 3개월 간의 의무 무급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 대한항공은 진에어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과 순환 유급휴직제 도입·급여 삭감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아직 이스타항공 외엔 감원 카드를 꺼내든 곳은 없지만 코로나 시국이 더욱 길어질 경우 항공업계 내 IMF 사태 수준 이상의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학부 경영학과 교수는 "각 항공사들의 자금 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CAPA 예측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사 파산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대표되는 국내 항공업계가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있고, 더 이상의 자구안이란 해고 뿐"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항공사들이 자산을 매각한다지만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며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상반기엔 몇개 항공사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며, 확실히 하반기엔 LCC들 중 그 어느 곳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고, 대기업들이 망하길 바라느냐"며 당국을 성토했다. 이어 "항공사가 무너지면 관광 산업 또한 공도동망하게 된다"며 정부 당국의 긴급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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