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공모해 거짓 신고해도 적발하지 못하는 구조…가짜 구직활동 증명서 꼼수까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뛰는 단속 위에 온갖 편법이 나돌고 있다. '비자발적 이직'이라는 수급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근로자가 편법으로 받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198억 1500만원으로 2018년(196억 2100만원)보다 늘었고, 올해 1월에 적발된 액수만 2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노사 양측이 공모해 거짓 신고를 하면 이를 적발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로는 자발적으로 퇴사하면서 해고된 것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혹은 사업자가 해고 처리를 먼저 권유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회사가 부담해야 할 퇴직금을 고용보험에 떠넘기면서 '퇴직금보다 실업급여 받는게 더 낫다'는 불법 청구가 성행하는 것이다.

   
▲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서울강남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 상담을 받으러 온 민원인들이 앉아있다./사진=미디어펜
구체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1년만 근무하고 퇴사한 직원에게 15일치 연차수당을 지급하도록 해, 사업주들이 10~11개월차에 신입 직원을 내보내는 사례가 늘었다.

고용보험법상으로는 가입 문턱을 낮춰 실업급여 지급액 상·하한선을 높이고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늘렸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월 179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회사 권고를 받아 12개월차에 사직할 경우 향후 넉달간 실업급여 721만원을 받아 회사를 한달 더 다녀 입사 1년을 넘기고 퇴사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실업급여를 받을수 있는만큼 최대한 길게 받기 위해서는 구직활동 증빙이 필요한데, 이 또한 '한달에 한번 취업 노력을 했다'는 가짜 구직활동 증명서를 만들어 실업급여를 타려는 꼼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또한 정부가 실업자의 실업급여 수급상황을 한번 승인하면 이후 일일이 체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노무법인광명의 이한울 노무사는 18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부정수급에 온갖 편법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기준은 '고용보험 상실 신고 사유를 어떻게 등록하는가'에 달려있다"며 "실업급여 수급조건을 입증하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근로자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자가 5인 미만 기업에 근무할 경우 적절한 취업규칙이나 회사 사규가 존재하지 않고 비교대상으로서의 다른 근로자도 없을 뿐더러 정부가 인정할만한 공인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게 맹점"이라며 "일부 비양심적인 기업과 근로자는 가짜로 서류 신고를 처리해 수급받는 경우가 많겠지만, 과도한 업무 분담이나 직장 내 인관관계 문제 등으로 인한 퇴사의 경우 실업급여 수급 요건으로 인정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노무사는 "완벽한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며 "퇴직자의 재취업 지원과 생활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실업급여의 정책적 의도는 분명 선하다. 비양심적인 꼼수를 어떻게 적발할 것인가 면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년간 노무 송사를 맡아온 박해준 법무법인송임 변호사는 이날 본지의 취재에 "정부는 지난 상반기에 금융정보조회시스템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자동으로 연계해 부정수급을 철저히 걸러내겠다고 자신하고 있다"며 "하지만 노사가 담합해서 거짓 신고하는게 문제"라고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고용보험법 40조(구직급여의 수급요건)에서 해고 처리의 요건을 더 네거티브하게 자세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42조(실업의 신고) 및 43조(수급자격의 인정)에서도 사업주의 이직확인서 발급을 더 제한적으로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신고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실업의 인정 방법에 있어서 말 그대로 아무 곳에서나 구직활동 증빙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공인한 구인활동을 한 사업장에서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보험 재정은 날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안전망 확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고용보험의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부정수급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실정은 막아야 한다.

정부가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