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충성해온 조직 위해 사퇴" 압박 거세…검찰총장 수용 전례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극찬과 함께 임명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사면초가에 섰다.

윤석열 총장에 대해 추미애 장관은 이날 사실상 '검언 유착' 사건 수사에서 '손떼라' 지시를 내리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을 지시하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발송하면서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건의한 대로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고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에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고 지휘했다.

추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며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임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윤 총장을 향해 "측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충성해온 조직을 위해 결단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현 수사팀을 특임검사로 임명해 어떠한 외압으로부터 외압이나 지휘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조직을 위한 길 아닌가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법사위 소속 민주당 김종민 의원 또한 이날 BBS 라디오에서 "추 장관이 국민들의 민심을 받아서 그 바탕 위에서 수사 지휘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하는 것은 법에 보장되어 있다"고 거들었다.

법조계는 윤 총장에 대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를 내렸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면 아무런 힘이 없는 식물총장임을 자인하는 격이고, 15년만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진사퇴' 밖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부터 시작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이르기까지 윤 총장은 검찰로서 해야 할 일을 해왔지만 이것이 문재인 정권 눈 밖에 진작에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이후로 15년 만의 지휘권 발동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며 "이는 역대 2번째로, 지금껏 검찰총장이 수용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그만두라는 최대, 최고의 압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검찰청법상 검찰의 사무는 총장이 관장하고 수사검사 또한 총장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있는데 법적으로 보장된 총장 지휘권을 장관의 지휘권으로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법무부 장관은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는데 형식만을 갖고 와서 실제로는 수사검사를 지휘하는 지시"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검찰청의 한 현직 검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검찰청법 8조의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라며 "앞서 노무현정부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권발동에 항의하며 사표를 냈고 윤 총장 또한 사표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의 총장 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 체제는 완전히 끝났고 윤 총장 운신의 폭 또한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내부적으로는 후임 총장이 누가 될지, 윤 총장측 검사들이 맹렬하게 수사해온 이재용 삼성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노무현정부 당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에 이은 2번째 사례다. 정치권력의 검찰수사 개입이 이번으로 마지막이 될 지, 향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