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전화 등 단체 3곳 조사단 구성 응하지 않아
시작도 하기 전 좌초 위기...경찰 수사도 지지부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사건들의 진상 규명을 위한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조사단)이 출범도 하기 전 좌초 위기에 빠졌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과 맞물려 서울시가 곤혹스런 상황에 빠진 모양새다.

앞서 서울시는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3곳에 재차 협조를 요청했고 오는 22일 오후 6시까지 조사단 조사위원 추천과 관련해 답해달라고 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조사단은 법률전문가 3명·인권전문가 3명·여성권익전문가 3명으로 구성할 예정인데, 현재 한국젠더법학회를 제외하고 참여의사를 밝힌 곳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또한 19일 서울시가 보낸 (법률전문가) 조사위원 추천 요청을 거부하면서 "진상 조사에 앞서 강제수사의 즉시 착수를 촉구한다"며 "서울시 직원 및 정무라인이 경찰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강제력이 없는 조사단 조사에 응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 7월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서정협 시장권한대행이 조사를 밝히고 있다./사진=서울시
여론은 좋지 않다. 서울시 내부 행정망에는 '진상 규명을 요청한다'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고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시장 비서실 관계자들의 책임이 무겁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시는 고 박원순 시장이 써온 시장실 및 정무라인 별정직공무원 사무실 등 시청사 6층을 자체적으로 폐쇄한 상태다. 시는 22일까지 각 단체들의 반응을 최대한 기다렸다가 조사단 출범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경찰 또한 수사 의지를 적극 보이지 않으면서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크다.

박 시장 사건을 밝힐 키맨 중 하나로 꼽히는 임순영 시 젠더특보 소환은 지난 15일 3시간30분 간의 1차 소환조사 후 일정 조율을 이유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임 특보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당장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경찰은 가능하다면 이번 주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키맨인 고한석 전 서울시 비서실장과 서정협 시장권한대행(4년전 피해자의 비서실 인사이동 당시 비서실장) 또한 마찬가지다. 경찰은 이 3명에 대한 직접 조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모킹건 중 하나로 꼽히는 박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17일 법원은 경찰의 통신영장 신청 및 이에 대한 검찰의 청구를 "변사자 사망 경위와 관련해 타살 등 범죄와 관련됐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경찰이 통신영장 신청 사유를 잘못 청구해 영장이 기각되었다고 보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법조인은 20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의 사인 규명을 영장 신청 사유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게 아니라 해당 사건의 피고소 사실 유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이유로 들었다면 영장전담판사의 판단이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시장의 휴대전화는 아이폰XS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잠금해제하기 위해선 몇달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며 "각종 의혹 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여비서 A씨(피해자) 측은 이번 주 다른 연대단체들과 함께 2차 기자회견을 갖고 추가 증거와 정황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임 특보 소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변수로 경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려 관련 사건 일체를 다루겠다고 밝혔지만, 강제수사권을 적극 활용해 진상 규명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합동조사단도 마찬가지다.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는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주변 다른 관련 사건의 실체를 확인해 공식 발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