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권고 사실상 무시
검사장 vs 부장검사 몸싸움 막장까지 치닫는 형국
   
▲ 정치사회부 김규태 기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의 '검언 유착 의혹'을 놓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 수사팀의 조급함이 극에 달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초래한 '검언 유착' 수사는 29일 한 검사장(47·사법연수원 27기)과 정진웅 부장검사(52·사법연수원 29기) 간의 몸싸움으로 치닫는 막장을 연출했다.

당초 '검언 유착'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인 한 검사장을 찍어내리려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측 서울중앙지검의 무리한 수사였다는 법조계 평가가 크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정 부장검사 등 수사팀이 이 전 기자를 구속하기도 했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의혹과 연루된 피의자인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중단할 것을 권고하면서 수사팀이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문제의 핵심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수색할 대상이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유심은 기계적 특성상 현장에서 개인의 조작으로 데이터를 무단삭제할 수 없다는게 상식이라, '유심 데이터 삭제를 제지하려고 그랬다'는 수사팀 해명이 궁색한 지경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물리적 충돌이 한 검사장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수사팀의 조급함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이번 사태에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고 정 부장검사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할 뜻을 내비췄다.

   
▲ '검언 유착' 수사는 29일 한 검사장(47·사법연수원 27기)과 정진웅 부장검사(52·사법연수원 29기) 간의 몸싸움까지 연출했다./사진=연합뉴스
검찰 내부 목소리는 망연자실, 부끄럽다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는 29일 본지 취재에 "부장검사가 스마트폰 하나를 압수하러 간 것 자체에서 수사팀이 조급하다는게 느껴진다. 검사 간에 물리적 충돌했다는 소식에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권고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어떻게 할지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압수수색에 나선 것 부터가 무리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검사장에 대한 출석 요구와 압수수색 모두 수사 행위"라며 "사실상 이성윤 지검장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에 오간 대화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그 해석과 혐의 적용을 놓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수사에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

정적을 겨냥한 먼지털기식 수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이번 사건처럼 어떻게든 상대방을 기소하기 위해 온갖 방식을 쓰는 검찰. '권력의 시녀' 노릇을 언제쯤 벗어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