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검찰의 독립성 훼손 우려...소모적 정쟁 가중"
경실련 "검찰 중립성 약화시키는 권고안 폐기되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30일 법무부 주관 검찰인사위원회 개최와 추미애 장관발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검찰총장의 구체적인 사건 수사지휘권 폐지를 골자로 삼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 권고안의 파장이 크다.

법조계 여러 곳에서 정부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오히려 '검찰 독립성'을 훼손하고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삼겠다는 포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울러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진보시민단체들도 입을 모아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하지만 개혁위는 '윤석열 총장의 힘 빼기가 전혀 아니다'라며 이 같은 비판과 반대 여론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정영훈 개혁위 대변인은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검찰총장 권한을 축소해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법무부장관은 현재도 수사지휘권을 아무런 제한없이 할 수 있다. 권고안은 오히려 절차적 통제를 통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제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우측)./사진=연합뉴스
정 대변인은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검장에게 이관하는 것에 대해 "(수사지휘권이)고검장으로 가게 되면 고검장 상호간 견제효과뿐 아니라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 권한에 대한 견제도 있을 수 있다"며 "이미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대검 산하 개혁위에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분산하고 일선 검찰청으로 자율성을 확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검찰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는 권고안은 소모적 정쟁을 가중할 수 있다"며 "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자면서 법무부장관에게 구체적 수사지휘권까지 부여하는 권고안은 '권한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또한 "검찰의 중립성을 약화시키는 권고안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며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임에도 위원회가 총장 권한 분산에만 눈이 멀어 개혁을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28일 개혁위 권고안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검사인사권과 구체적 사건 지휘권을 갖고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독제국가의 제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권고가 현실화되면 정권이 직접 고검장을 통해 모든 수사지휘를 하게 되고 검찰총장과 대검은 완전 허수아비가 된다"며 "문재인 정권은 유신과 5공 군사독재 시절에도 감히 엄두를 못냈던 독재의 길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검찰청 한 현직 검사는 본지의 취재에 "내부에서는 당정이 검찰청법을 개정해 이번 권고안을 현실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정권이 검찰 무력화에 온 힘을 쏟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정권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기능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이번 권고안이 현실화되면 정치권력이 검찰수사에 개입해 도구로 이용해온 그간의 적폐를 끊기는 커녕 더 종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혁위의 이번 권고안이 추 장관의 최측근인 '친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서울고검장 승진을 앞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고안이 현실화된 후 이성윤 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그는 산하에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서울 동서남북부지검 등 핵심 검찰청을 모두 거느리고 이들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 이렇게 되면 윤 총장은 있으나마나한 총장직만을 유지하게 된다.

30일 열리는 검찰인사위원회 후 법무부는 30일 내지 31일 인사를 발표한다. 검사장급 이상 직위 11자리가 공석인 가운데, 이 지검장의 다음 자리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