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제주항공이 M&A 중단 탓…소송 제기"
제주항공 "M&A불발 인정소송, 앞뒤 안 맞아"
   
▲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이스타항공 간판./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운항 중단 요구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힌 가운데 조종사 노동조합은 회사 측을 신뢰할 수 없다며 별도로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불발돼 법정 공방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주항공의 요구에 따라 모든 노선 운항을 중단해 매출이 끊겨 임금 체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사진=미디어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미지급 임금이 발생한 건 M&A를 추진했던 제주항공의 셧다운 요구·매출 중단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제주항공 요구에 따른 영업 중단과 매출 동결이 없었으면 현재 같은 상황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이스타항공은 지난 17일에는 제주항공을 상대로 주식매매계약(SPA)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제 갈 길 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함과 동시에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며 "이는 곧 이스타항공도 계약이 해지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시점에 SPA 이행을 청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에서 SPA 이행을 거절해 소송을 낸 것"이라며 "제주항공이 채무 불이행 상태이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인 이스타홀딩스가 SPA를 해지할 권리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제주항공 역시 이스타홀딩스를 상대로 SPA 계약 보증금 115억원·경영지원 대여금 100억원 등 총 225억원 규모의 반환 소송을 검토 중이다. 따라서 양측이 법정을 오가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간 소송에 대해 조종사 노조는 "이스타항공이 애먼 제주항공을 탓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 지난 6월 29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소재 이스타항공 경영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원들./사진=미디어펜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 노사는 법정관리에 있어서도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사측이 회생에 안이함을 보인다며 직접 법정관리 신청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법률상 이스타항공 사측이 임금을 체불했기 때문에 이는 '임금 채권'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노조는 채권자 자격으로 법정 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

법정관리 신청에는 최소 1억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예상이다. 노조는 관련 자금 마련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법무법인을 직접 선임하고 법정관리 신청에 착수하면 경영진 배임·횡령 등의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사측은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해 법정관리 과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반박한다. 현 상태에서는 법원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보고 곧바로 기업 청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는 탓이다. 사실상 신규 인수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한편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보유) 지분을 헌납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게 없다"며 "경영자와 매각주관사가 알아서 다 할 것"이라고 말해 책임 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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