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 대처 실패한 '법무부 책임론' 대두…수용자 보호 등 인권 어디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

"확진자 한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 발송 금지."

서울 도심 속에 위치한 빌딩형 교정시설인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나면서 수용자의 인권 문제 등 온갖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재판 중에 있는 미결수용자의 구금확보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시설로, 수용자는 성별·연령·범수·죄명 등을 고려해 지정된 거실에서 공동생활한다. 코로나가 퍼지기 쉬운 구조다.

   
▲ 서울동부구치소는 재판 중에 있는 미결수용자의 구금확보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시설이다. 사진은 구치소 전경이다./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문제는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이번 집단감염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큰 화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법무부가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동부구치소 수용자 대부분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로 안전 보장 등 '기본권 침해'는 있을 수 없다는게 법조계 시각이다.

하지만 과밀수용이 집단감염 초기에 해소되지 않았고 확진자가 30일 0시 기준 792명(수용자 771명·구치소 직원 21명)으로 늘면서 수용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다.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 잠복기와 밀폐되어 집단생활해온 구조 특성, 무증상 전파자의 존재 가능성을 감안하면 동부구치소 전체 수용자 2400여명 중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음성 판정 수용자를 거실(일종의 다인실)에 방치했고, 무증승자에 대해서는 전수검사를 실시하기 전까지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1차 전수검사 결과 확진자 185명이 쏟아지자 동부구치소는 이들의 방을 옮겼고 그 과정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섞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 관리·운영을 책임지는 법무부가 이번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세 또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수검사가 늦어진 점에 대해 법무부는 "14일 전수검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가 '향후 추이를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며 책임을 넘겼고,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송파구·동부구치소·수도권 질병대응센터 등 4개 기관 협의를 거쳐 합의된 사항이었음에도 책임을 떠넘긴다"고 반박했다.

   
▲ 수용자는 성별·연령·범수·죄명 등을 고려해 지정된 거실에서 생활한다. 수용거실 내에는 TV·선반·옷걸이 등이 비치되어 있다./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확진자 발발 직전까지 동부구치소 수용자 접견을 위해 수차례 출입했던 최모 변호사(39)는 30일 본보 취재에 "해외 사례를 보면 코로나 집단감염 관련해 이를 불안해한 죄수들의 폭동 사건도 있었다"며 "수용자 중 사망자까지 나오자 부랴부랴 현장 찾는 법무부 모습은 어이를 상실할 정도다. 하루속히 조절석방을 취해 과밀수용을 해소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동부구치소는 아파트형 구조라 밀폐 밀집되어 더 퍼지기 쉽다. 이번 사태에 법무부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그토록 구상권 청구 운운했는데 수용자들은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분위기"라며 "감기 몸살 환자가 방을 옮긴다며 다른 방으로 뒤섞이고 같이 지내는데 수용자 대부분이 매우 불안한 심정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자신의 SNS에 수용자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인권이 가장 취약한 구치소 수감자들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한 것이라 민간의 행위에 비하면 그 비난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며 "법의 잣대가 동일할 수밖에 없으니, 민간단체나 사인(私人)에게 적용하였던 것과 똑같은 기준으로 관계기관과 공무원을 형사처벌하거나 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771명 중 아직 동부구치소에 있는 수용자는 409명이다. 구치소 측은 30일 직원 및 수용자를 대상으로 4차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감염 차단까지는 멀어 보인다.

얼마나 더 확진자가 늘어나고 수용자 피해가 막심해질지, 이에 대해 교정당국 등 법무부가 정확히 어떤 책임을 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