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44인 규모 실무 경험자 중심 자문단 구성
국토부·전문가들 "가덕도, 입지·시공성 등 안전 문제 산적"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와 관련, 기술위원회를 구성한 가운데 제대로 된 자문 역할을 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가덕도 신공항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12일 부산시는 최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기술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기술위는 공항개발에 필요한 △시설·운영 △물류·수요 △소음·환경 △공역·비행안전 △시공·지반 △도시·교통 6개 분야 대학교수·연구기관·시공 및 설계사·항공사 등 국내외 공항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44인으로 구성됐다.

기술 자문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의 적정성·타당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부산시 입장이다. 이와 관련, 부산시는 사전 타당성 조사·기본계획수립 등 단계별 선제적 기술 자문과 사업비·안전성·시공성·환경성·항공 수요·접근교통 등 신공항 건설에 따른 전방위적 기술 자문을 구할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기술위원회는 패스트트랙(Fast-Track)을 적용해 조기 개항안 등 가덕도 신공항 개발의 절차적·기술적 자문역도 맡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산시 입장에 회의적이다. 기술위가 부산시의 거수기 역할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 2016년 파리공항공단(ADPi)이 활주로 1개만 있을 경우를 상정해 설계한 가덕도 신공항 마스터 플랜./사진=국토교통부

우선 항공 주무부처 국토교통부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ADPi)에 용역을 발주해 2016년과 사타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이를 통해 국토부는 섬 양 끝을 매립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들에게 수심 12~18m에 달하는 가덕도 주변 내해 특성을 고려하면 28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또한 산지절토 등 막대한 양의 부지조성이 필요해 환경 영향 측면에서도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와 관련, 한 여객기 조종사는 "일본 간사이 공항도 양 끝이 무너져 내려 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부산시와 여야는 가덕도 신공항이 생길 경우 인천에 몰린 물동량이 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분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물동량은 시장 그 자체인데, 정치논리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 인천국제공항 수출 물동량 발생지별 비중(금액)./자료=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허 교수는 인천국제공항 수출 물동량 발생지별 금액·중량 비중을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 금액 기준 국내 전체 수출 물동량의 53%가 수도권, 27%가 충남 등 전체 80%가 중북부 지역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부산·경남 지역은 2%에 지나지 않았다.

   
▲ 인천국제공항 수출 물동량 발생지별 비중(중량)./자료=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수출품 전체 중량 차원에서도 2019년 경기 35%, 인천 16%, 서울 15% 등 총 66%가 수도권이 차지했다. 부산·경남 지역은 10%에 불과했다. 허 교수는 "이와 같은 통계에서 보듯 물류 처리 시설 증설 목적으로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 것은 세금 낭비"라며 "인천공항 역시 새벽 시간에는 수요가 없는 판에 '24시간 공항론'은 환상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 이륙하는 B787-9./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공역과 비행안전에 대해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섬 양쪽을 매립해 건설되는 세계 최초의 시공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민항조종사협회는 "고중량 대형 항공기가 필요로 하는 활주로의 적합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 부지는 수심 깊은 외해(外海)에 있어 매립 시 이로 인한 활주로 양끝단의 침하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활주로 양단 침하는 활주로의 구배(휘어짐)와 균열을 불러와 최대이륙중량 약 330톤, 이륙속도 약 300km/h인 B777-300ER 기준 고중량·고속·대형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우려하는 것이다.

   
▲ 김해공항 활주로 36방향 접근경로와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29방향 접근경로 중첩도. 아래는 김해공항 활주로 36방향 접근경로와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11방향 출항경로 중첩도./사진=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이 외에도 조종사협회는 최저 관제 분리 고도 이내로 교차해 김해공항-가덕도 신공항 동시 접근이 불가능하며 가덕도 신공항에서 반대 활주로를 이용할 경우에도 이륙하는 항공기가 김해에 접근하는 항공기와 교차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기술적 분석도 내놨다.

항공기는 접근·출항 속도가 기종별로 상이하다. 이에 따른 고도의 관제 기술이 필요하므로 가덕도 신공항이 비행안전에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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