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항행정책관 시절 가덕도 반대안 사전 타당성 보고서 진두지휘
국토부 공무원들, 손 차관 지지…가덕도 찬성 변창흠 장관과 대립 전망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정부가 차관 직속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 전담 태스크 포스(TF)를 조직해 본격 사업 추진에 나선 가운데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가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사진=청와대 제공
11일 세종 관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 TF단장을 맡게 됐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근거한 '신공항 건립추진단'이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손명수 2차관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으로 서울지방항공청장·국토부 항공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손 차관은 국내 항공행정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5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공항항행정책관을 맡았다. 공항항행정책관은 전국단위 공항·비행장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공항 안전·환경관리·항행분야 국제협력 등을 총괄하는 고위공무원단 직위다.

이와 같이 국토부 내 항공 관련 요직을 거쳐온 그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ADPi)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신공항 기획과로 하여금 2016년 '가덕신공항 입지여건 분석 사전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진두지휘했다. 이 보고서에는 가덕도 신공항 반대안이 담겨있다. 이후 손 차관은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항공정책실장으로 김해 신공항 사업 추진을 도맡았다.

본지가 입수한 국토부 내부 참고용 사전 타당성 보고서는 섬 양 끝을 매립하는 작업이 필수적인 가덕도가 자연 공항 후보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 높은 공사비용·시공 리스크·산지절토 등 막대한 양의 부지조성을 요하는만큼 자연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 김해공항 활주로 36방향 접근경로와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29방향 접근경로 중첩도./사진=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아울러 대구‧경북지역에서 부산 가덕도까지 지상접근 시간‧거리가 적정수준을 넘어서며, 김해국제공항과 가까워 접근관제구역 간섭 발생 등 항공교통업무 관리에 있어 복잡하고 긴밀한 조정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도 우려한다. 또한 지역 경제활동(어업)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특히나 가덕도 신공항 세부 항목 평가 결과에는 △운영상 고려사항 △전략적 고려사항 △사회·경제적 영향 △비용·리스크에 관한 점수 도표가 실려있었는데 그 어느 항목에서도 가덕도는 김해공항 활주로 확장안을 뛰어넘지 못했다.

   
▲ 미디어펜이 단독 입수한 2016년 국토교통부 신공항 사전 타당성 보고서상 가덕도 신공항 부지 관련 자연적 위험 평가 점수 도표./자료=국토교통부 사전 타당성 보고서


무엇보다 이 보고서는 지진·해일·지반공학적 위험·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가덕도 신공항 운영·잠재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10만명을 넘는 가장 가까운 도시의 중심부까지의 거리를 의미하는 배후도시, 공항 게이트 내부의 토지 가용성 측면에서도 가덕도는 최하점을 받았다.

   
▲ 미디어펜이 단독 입수한 2016년 국토교통부 신공항 사전 타당성 보고서상 입지평가 결과./자료=국토교통부 사전 타당성 보고서

민감한 보호대상 유적이 섬 여기저기에 분포해 있고 환경영향평가에서도 가덕도는 최고 5등급 중 0등급이 매겨졌다. 가장 중요한 비용과 리스크 측면에서도 가덕도는 최하 점수를 피하지 못했다. 당시 기준 김해공항 활주로 1본 추가 시에는 4조1700억원, 가덕도는 1본 7조5600억원, 2본 10조2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물가가 대폭 상승한 점을 반영해 최근 국토부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28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하며 가덕도 신공항안에 반대의 뜻을 피력했다. 이 비용 산정에 대해 손 차관이 적극 개입했을 것이며 이를 근거로 손 차관이 계속 반대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가덕도 신공항은 찬반의 영역에 있는 문제가 아니며, 특별법이 통과되면 바로 집행하겠다"며 "성공적 건설을 위해 담당 TF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국토부는 2016년에 이미 결론을 도출한 사타 보고서를 뒤엎어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항공업계에서는 꾸준히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반대의사를 내온 손 차관이 기존 입장 뒤집기에 상당히 곤혹스러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항공정책실 소속 공무원들은 손 차관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손 차관이 두터운 내부 지지세를 지렛대 삼아 직속 상관인 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손 차관은 2017년부터 2년 간 국토부 갈등관리심의위원장으로 재임하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등 김해 신공항 쟁점을 직접 챙기며 부산 민심을 설득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 직원들을 통솔하며 2016년 가덕도 반대 사타 보고서를 낸 바 있는 손 차관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는데 아마 밤잠을 설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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