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용역 맡은 ADPi, 가덕도에 '낙제점'
비용면에서도 김해공항 확장안 1위 기록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왔던 국토교통부가 사전 타당성 보고서 내용을 전면 수정하게 될지 주목된다.

   
▲ 2016년 6월 21일 강호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김해국제공항 확장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2016년 국토부는 신공항 입지 여건 분석을 마치고 그해 6월 21일 영남권 공항 정책 발표 자리에서 김해국제공항 확장안을 확정했다. 당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대국민 발표문을 통해 "공항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ADPi)이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요소를 고려해 도출된 합리적 결론이었다"고 발표했다.

1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국토부 '사전 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토부 신공항 담당 부서는 자연 공항 후보지가 아니기 때문에 높은 공사비용과 시공 리스크, 산지절토·매립 등 막대한 양의 부지조성으로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외에도 대구‧경북지역으로부터 지상접근 시간‧거리가 적정수준을 넘어서며, 김해공항과 근접해 있어 항공교통업무 관리 상 복잡하고 긴밀한 조정이 요구되며 지역 경제활동(어업)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는 게 국토부와 ADPi의 판단이었다.

가덕도 신공항 세부 항목 평가 결과에는 운영상 고려사항과 전략적 고려사항, 사회·경제적 영행, 비용·리스크에 관한 점수 도표가 실려있다. 각 항목은 최대 5등급이 만점이다.

   
▲ 가덕도 신공항 입출항절차(안)/사진=국토교통부 사전 타당성 보고서


우선 주변 공역의 제약 조건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처리 가능한 시간당 교통량을 평가한 '최대 활주로 수용능력'은 활주로 2본을 가정한 가덕도와 밀양이 3.13등급으로 공동 5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표준 이착륙 절차를 동시에 고려하면 가덕도는 충분한 공역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따라서 '공항간 간섭' 측면에서도 김해공항이 5등급인 반면 가덕도는 활주로 1본 2.9등급, 2본 3.5등급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가덕도에 활주로를 하나만 두는 경우 비행장에 착륙하고자 하는 항공기의 체공선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상공의 정해진 공역 내 활동 상 김해공항 접근관제구역과의 간섭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김해공항에는 4.5등급을, 가덕도에는 2.9(1본), 3.5(2본)등급을 부여했다.

항공기 안전과 관련, 국토부는 측풍이 20노트(37.04km/h) 이상인 해(年)의 비율이 가덕 0.67%로 김해 0.17%, 밀양 0.28%에 비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항행하는 선박의 높이가 50m를 넘으면 선박 항적 난류 영향과 수로 이탈 시 항공 운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돼 가덕도 신공항안은 활주로 개수와 관계 없이 4등급으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 가덕도 신공항 부지 관련 자연적 위험 평가 점수 도표./자료=국토교통부 사전 타당성 보고서


무엇보다 국토부는 지진·해일·지반공학적 위험·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가덕도 신공항 운영과 잠재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점수 도표에는 각각 밀양 3.61, 김해 2.75, 가덕도 0.78등급으로 현저하게 낮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후도시 측면에서 김해공항은 인구 10만명 이상의 가장 가까운 도시의 중심까지 9km에 불과하다. 밀양 16km, 가덕도 23km 등으로 접근성이 나쁘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이와 관련, 공항부지까지의 도로·철도 이동 시간 역시 가덕도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공항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랜드사이드(공항 게이트 안쪽)의 토지 가용성면에서도 가덕도 2본 33헥타르(ha), 가덕도 1본 53헥타르, 밀양 2본 117헥타르, 밀양 1본 164헥타르, 김해공항 69헥타르로 집계됐다. 이는 곧 주변에 활용 가능한 토지가 넓을수록 공항 확장 역시 가능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가덕도는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작전을 펼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대원군의 척화비, 가덕도 등대 등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 문화재들이 있다. 이와 같이 부지 자체에 10개 이상의 민감한 보호대상 유적이 분포해 있어 공항 입지 평가에서 0등급이 매겨졌다.

   
▲ 미디어펜이 입수한 2016년 국토교통부 신공항 사전 타당성 보고서상 입지평가 결과./자료=국토교통부 사전 타당성 보고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가덕도는 0등급을 받았다.

밀양과 현존 김해공항은 육지인 만큼 착공 자체에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덕도의 경우 사전 매립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나마도 수심이 12~18m로 불분명해 천문학적인 혈세를 바닷속에 수장시켜야 한다.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주민들의 활동에도 손실이 불가피해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갈 것이고 보상비가 10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 전망이다.

가덕도 부지와 인근에는 산악보호지역·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습지보호구역·녹지 및 자연환경 보존지역이 존재한다. 따라서 생물다양성과 보호대상 서식지 측면에서 공항부지로써 최악이라는 지적이다. ADPi는 매립행위가 현재의 연안 경관에 큰 영향을 줘 야산 절개·절단은 지역 지형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가장 중요한 비용과 리스크 측면에서도 가덕도는 최하 점수를 면치 못했다.

보상비·부지 조성에 있어 밀양과 김해공항은 4~5등급을 기록한데 반해 가덕도는 1.34(활주로 2본), 2.97(활주로 1본)등급에 그쳤다. 정치적 반대·소송·법적 조치·공청회 등 사회적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는 가덕이 가장 컸다. 4.5등급을 받은 김해공항에 비해 가덕도는 0.5~1.25등급에 불과했다.

부지형성·지면압밀·부등침하·장애물 절단·작업환경관리, 비용‧시간 초과 등 건설 기술 관련 복잡도 측면에서도 가덕도가 0.5등급으로 김해공항(3등급)·밀양(3.25등급)에 비해 크게 밀렸다. 미래 교통량이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부지형성 신축성·활주로 수·터미널 등 사업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능력인 '규모조정 잠재력'도 가덕도는 3등급대를 찍은 김해와 밀양에 비해 턱없이 낮은 등급을 받았다.

다시 말해 가덕도 신공항안은 그 어느 평가 요소에서도 김해공항 확장안보다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총 사업비는 김해공항 활주로 1본 추가 시 4조1700억원, 밀양 1본 4조5300억원, 밀양 2본 5조8200억원, 가덕도 1본 7조5600억원, 가덕도 2본 1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 타당성 순위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1위를, 밀양 2본 2위, 밀양 1본 3위, 가덕도 1본 4위, 2본 5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6년 당시보다 물가 등 제반 비용이 대폭 상승해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을 경우 28조6000억원이 들 것이라고 보고했다.

   
▲ 가덕도 신공항 입지부터 인구 10만명 가장 가까운 도시 중심부까지의 거리는 23㎞로 조사됐다./사진=국토교통부 사전 타당성 보고서


한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초당적 협력을 통해 찬성 181명, 반대 33명, 기권 15명 등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항공정책 주무부처 국토부 신공항 기획과는 사타 보고서를 다시 써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가덕도안의 통과로 난감해진 국토부 공무원들은 서슬 퍼런 청와대와 정치권의 요구대로 끌려다니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조건을 달며 시간을 끌겠지만 결국 기존 입장을 뒤엎는 억지춘향식 보고서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현재 영남권에는 사천·김해·포항·울산·대구 등 5개 공항이 있는데 가덕도 신공항으로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정치권의 생각대로 흥행에 성공해도, 실패해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가덕도 신공항이 영남권 대표 공항으로 떠오른다면 나머지 공항들은 존폐 위기를 맞게 되고 인근 주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해 편익이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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