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부과는 기본…'직무 관련 미공개 정보' 접근 최소화, 이용 금지해야
LH 일부 직원들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공정이 파괴되는 또 다른 현장을 목도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상실감이 극에 달하고 있고, 그런데 LH 투기 의혹 파문은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진즉 입법됐더라면 공직자들에 의해 공정이 깨지는 ‘배신의 시대’는 방지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 19대 국회부터 국회에 발의만 되면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폐기됐던 이해충돌방지법에 관한 연속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시리지 순서 : ① 제3자·친척까지 막으려면 ② 미공개 정보 제한이 핵심 ③ 9년 묵은 이해충돌방지법, 입법까지 첩첩산중 ④ '제 목에 방울달기' 이번에는 다르다? ⑤ 국민권익위 복안은 ⑥ 전문성과 이해충돌 사이에서 ⑦ 결국 국회의 '추악한 민낯' 드러낸 입법 장난 [편집자 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13년 첫 발의 후 번번이 임기만료 폐기됐던 이해충돌방지법이 '공직자 불법 투기' 사태를 맞아 초읽기 입법에 들어갔다.

관건은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자신의 사익을 취한 공직자나 그로부터 정보를 받아 역시 이득을 취한 제 3자를 어떻게 규제하냐다.

여기서 핵심은 누구나 접근가능하지 않은 미공개 정보의 구득 여부다. 정보를 취급하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접근 가능한 모든 공직자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 3자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은 사후 처벌에 불과하다. 어디까지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공직자 신분으로 피의자인 자들이 자신은 내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면,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 일쑤다. 정황 말고 유죄를 입증할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법정 싸움에서의 변수를 감안하면, 직위를 이용한 미공개 정보 접근으로 사익 추구가 불가능하도록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 지난 2013년 처음 발의된 이해충돌방지법은 2015년 김영란법이 통과될 당시 '적용 범위가 너무 넓다'는 이유로 입법에서 제외됐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구체적으로 법 조항상 '직무상 비밀' 보다 넓은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를 규정하고, 이에 대해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15일 본보 취재에 "일반적으로 직무상 비밀이면 정부가 비밀정보로 공식 지정한 정보로 협소하게 적용된다"며 "공직자가 직무 수행 중에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제대로 포함하려면 '직무 관련 미공개 정보'라고 명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지 수용에 대한 토지 보상을 사례로 들면서 "입법부와 행정부 모든 관계자가 연루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며 "하물며 지방의회 및 국회의원들의 공약에서도 온갖 지역 청사진이 판치는데 실제 실행계획 도면이나 타임스케쥴에 대해 비공개로 확정된다. 이 정보를 다루는 모든 공직자는 선출직 여부 따지지 말고 접근 자격 자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발의된 법안에 적시된 과거의 업무활동 내역 공개로는 충분치 않다"며 "해당 정보에 접근 가능한 공직자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모든 것과 관련해 상시적인 정보공개의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 접근 자체를 최소화하되, 접근하는 모든 공직자들은 스스로 정보공개 및 관리의 책임을 지게 만들고 회피해야 할 의무까지 지워야 한다"며 "이를 어길 경우 지나칠 정도로 충분한 징계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청에 근무하는 한 현직 부장검사 또한 이날 본보 취재에 현 이해충돌방지법안의 규제 수준에 대해 불만을 피력했다. 실정을 감안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에 전수 조사에 임한 공직자 중 12명은 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이용 동의에 불응했을 정도"라며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믿을 수 없다. 행정부 감독이든 입법부 심의든 철저한 감시를 통해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여지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상시적인 의무 외에도 공직자 불특정 다수에 대해 감찰부서든 감독관이든 감사원이든 불시에 강제 조사에 들어가 관련 정보 이용 및 부정부패 가능성을 따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된 이해충돌방지법안에는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임용 전 3년간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 내용이 담겨 있다.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의회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에서는 의원의 영리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상시적인 정보 공개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직자들은 1년에 한번씩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 공개의 의무만 있다. 다른 미공개 정보의 관리 및 공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부정부패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취지로 이해충돌방지법안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