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당장 할 수 있는 것 있다"
사업 막는 '구청장·시의회 담합', 내년 선거 감안하면 미지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지구단위계획인 정비구역 지정은 서울시 소관이다. 은마나 잠실 5구역도 그렇고 여의도, 압구정도 그렇고 모든 정체되어 있는 것이 정비구역에서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그 속도를 늘려야 한다. 그걸 해야 사업 인가가 진행된다. 거기서 숨통을 조이고 있었던 것이다. 시그널을 주는게 중요하다." (이석주 국민의힘 시의원)

"각 구의 개발사업은 각 구민들이 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구민의 뜻을 잘 받드는 구청장님들이 구민들과 함께 가려는 방향이 있다. 서울시장이 생각하는 구민들의 바램이, 구청장님들의 구민을 위한 행정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고립무원'. 국토교통부·서울시의회·각 자치구청장·전임 시장이 임명한 시 고위공무원단 등 집권여당 일색인 서울시정과 관련해 오세훈 신임 시장이 처한 상황을 압축한 단어다.

그런 오세훈 시장의 1호 공약인 '부동산 규제 완화' 추진에 세간의 관심이 크게 쏠려 있다.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오 시장에게 기대하는 서울시민의 진짜 민심도 절반 이상은 부동산에 달렸다는게 공통된 정치권 분석이다.

본보가 9일 오후 늦게 취재한 이석주 시의원과 조은희 구청장은 오 시장에게 이에 대한 조언을 남겼다.

정비구역 지정 등 시장이 갖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되, 지역별로 구민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살펴서 가야 한다는 틀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지정한다. 이는 규제 완화를 통해 속도감 있게 주택 공급에 나서겠다는 오세훈식 청사진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 4월 8일 시청 집무실에서 첫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제공
특히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제시한 공공주도는 실현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관련업체 대표 이 모 씨(54)는 본보 취재에 "공공주도 백날 해봤자 그러한 사업방식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주민들"이라며 "사업성이 있어야 주민동의를 통과하고, 그 이후 지구단위계획 정비구역 지정 및 소유권 이전 등 난관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울의 경우 재건축 대상이 될만한 아파트가 30만 세대 넘는다"며 "여러 행정규제로 중단된 정비사업들이 많다.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고 지정한다면 공급 확대 신호를 주택시장에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주 시의원 또한 본보 취재에 "현재 서울시는 364개소의 새로운 현장들이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규제로 멈춰있다"며 "이곳만 속행시켜 줘도 20만 세대를 새로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원은 "서울에는 내진에 취약한 30년 이상된 낡은 재건축아파트가 45만 세대이고 뉴타운지구 재개발 등 400여개 구역이 해제 후 거의 방치되고 있다"며 "이를 최대한 재활용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또한 "도시계획상 지역의 종들이 세분된 후 지난 20년간 도시공간은 급변했다"며 "이러한 지역을 상향 재정비하고 교통이 양호한 1000평 이상 대지는 협상을 통해 종을 상향시켜 새 주택을 공급하면 된다. 이러한 방안들은 많은 전문가들도 이미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의 향후 주택공급 행보에 또다른 변수는 시간이다. 실질적으로 오 시장에게 남은 임기는 1년에 불과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되어야 제대로 된 장기 주택공급계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 민주당측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향후 오 시장의 시정 방향에 대해 "말을 섣불리 꺼내기 쉽지 않다"며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이상 규제 완화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 밑바닥 민심은 1년 사이에 또 뒤집어 질 수 있다고 본다"며 "부동산시장은 이미 시장 안정세가 자리잡고 있다. 결국 시간이 문제다. 1년은 짧기 때문이다. 뭘 해서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당장의 부동산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각자 지역에 어필하고 유권자 눈에 들 액션을 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후보 당시 유세 중에 "규제에 막혀있는 지역 시의원 한분 한분을 만나 설득하겠다"며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협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오 시장 대부분의 공약이 사업기간 5년을 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각 구청장과 시의회의 협조가 필수다.

오 시장이 어떤 협치를 펼지 주목된다. 앞으로 1년이라는 시간은 짧아보이지만 길 수도 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를 어떻게 내느냐에 달려 있다. 오 시장이 취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동해 주택공급 확대에 성공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