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됐지만 제도‧인식 미비…발상 전환과 장기적 시야 필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K-ESG’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도록 국내 금융기관들이 추진해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

   
▲ 미디어펜이 21일 오전 ‘ESG 경영과 한국금융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1 비전포럼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사진=미디어펜


국내 금융 전문가들이 미래 한국금융의 실마리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기존 금융환경의 변화 상황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불확실성에 직면한 만큼, 경제의 ‘핏줄’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 산업이 ESG라는 화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미디어펜은 ‘ESG경영과 한국금융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1 비전포럼을 21일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현장에 참석한 각 분야 경제 전문가와 실무자들은 현재 ESG라는 코드를 중심에 놓고 변곡점에 놓여 있는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우리 금융이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고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는 개회사에서 “ESG경영은 힘들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면서 “ESG 테마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 경제의 핵심코드가 되어 기업경영과 금융투자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탄소저감을 넘어 탄소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선 산업구조생태계와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산업과 금융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로 개회사를 맺었다.

정치권과 정부 당국 주요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빈 참석을 최소화했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조해진 국회 ESG포럼 공동대표(국민의힘), 홍성국‧윤창현‧유경준‧박수영‧배진교 국회의원 등이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아울러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도인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의 축사 메시지 또한 서면으로 대체됐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축사 영상에서 “미래 기업경영에 있어서 ESG는 필수조건이 되고 있지만 많은 기업인들이 관련 경영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ESG 관련 제도의 정비가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삼성전자, LG,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이 앞 다퉈 ESG를 경영 방식으로 표명하고 있다”면서 “국회 또한 ES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변화에 부흥할 수 있도록 ESG 관련 분류 기준과 공시제도, 채권 발행 기준 등 제도정비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후 진행된 기조강연에서는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가 ‘ESG 현황과 한국 금융산업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를 통해 "정부보다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표준’에 관심을 갖고 ESG 경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강 교수는 “ESG는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 경영을 이끌 수단이 돼야지 성장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짚은 뒤 “정치권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명분으로 정치‧이념적 요소를 대거 반영할 우려가 있어 ESG 편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ESG 경영에 대해서도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ESG 경영이 너무 ‘환경’ 코드만 강조하면서 과거 녹색금융과 유사한 흐름을 띠고 있다”고 언급한 뒤 “이제 국내 기업들이 사회적인 것과 지배구조 문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 ESG 경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금융기관들이 ESG 경영을 통해 타 기업의 ESG 경영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연구위원은 “금융기관 환경에 맞는 ESG경영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단기적인 관점에서 트렌드에 치우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ESG 열풍에 편승해 이름만 ESG인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우려도 있어 이에 대한 금융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 연구위원은 “ESG경영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기관의 특성에 맞는 로드맵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성진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오덕교 연구위원,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안혜진 WWF(세계자연기금) 기후‧에너지팀장 등이 참석해 ESG의 기준과 의의, 지수편성, 글로벌스탠다드 등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패널들은 이날 ‘전 세계적으로 경제·산업 전반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이를 평가할 명확한 기준이 부재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시연 연구위원은 “ESG는 평가 기관에 따라 차이가 커 명확한 지표와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 정보 수집 등에 대해 여러 정책과 자율적인 규제 리스트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패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안혜진 팀장은 “현재 ESG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고, 글로벌 스탠다드도 각기 다른 상황”이라며 “각 분야에서 겹치는 부분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안 팀장은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ESG와 관련한 팀의 규모를 늘리거나 개편 등을 통해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내부 정책으로 ESG 경영을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자 강성진 교수는 “모두가 혼돈 상태인 상황에 정부와 전문가들이 지표에 대해 투명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 지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새로운 경영에 대한 규제와 억제보단 ESG 경영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기업과 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말로 토론을 맺었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자와 패널들은 하나같이 현 시점이 ESG라는 코드를 중심으로 한국 금융산업이 재편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는 데 동의했다. 아울러 이들은 한국 금융산업이 한국 ESG 경영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정부는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