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첩보 원천' 누가 만들어 전했나가 핵심…업무수첩, 스모킹건 인정될까 관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첫 공판이 1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1월 29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지 1년 4개월만의 첫 정식 재판이다.

지난 정식 재판 준비절차에서 변호인단과 검찰이 증거신청 기각 및 열람·등사의 제한을 놓고 맞부딪혔고 올해 초 재판부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단 1년을 남기고 재판에 들어가게 됐다.

사실상 '방탄 법원'이나 다름 없는 행태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간 재판을 주도했던 김미리 재판장, 김 재판장을 계속해서 유임시킨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사건은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당내 정적 제거와 공약 수립 관여, 무소속 강길부 의원의 지지를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그동안 6회째 공판준비기일을 거듭하면서 진척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피고인 15명으로 이날 정식 재판을 시작하게 됐다.

   
▲ 10일 오후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송철호 울산시장(사진 좌측부터),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사건을 심리할 중앙지법 형사합의 21-3부(부장판사 장용범·마성영·김상연)는 부장판사 3명이 함께 재판부를 구성하는 대등재판부로, 더 면밀히 혐의 유무죄 여부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울산시 전현직 공무원들을 비롯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한병도 전 정무수석·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민주당 의원) 또한 피고인 중 하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국 전 민정수석·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향후 검찰과 변호인단이 맞부딪힐 쟁점으로는 청와대가 송 시장의 공약 수립에 도움을 주었나, 경쟁자(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경선 출마 포기를 종용했나,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비위 첩보로부터 시작됐는데 그 구체적인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등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비위 첩보'의 원천이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를 만들어 전했느냐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송병기 전 부시장의 업무수첩 내용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얼마나 인정될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수첩에는 청와대가 송 시장 측과 구체적인 선거 전략 및 공약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석비서관부터 행정관까지 아우르는 청와대 인사 여럿이 정부의 내부 정보를 선거 이전에 송 시장 측에게 넘겨주어 공약 수립에 도움 주었고, 여권 경쟁자가 경선 출마 자체를 포기하도록 종용했다는 검찰 판단을 입증하려면 '증거 인정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위 첩보를 울산지방경찰청(당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에 전달해 일명 '하명 수사'로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 입증이 문제다.

   
▲ 송철호 울산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문재인 정부 도덕성에 치명타를 줄 이번 사건에서 재판에 참석해 공소를 유지하는 검찰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조만간 김오수 검찰총장이 취임하면, 공소 유지를 직접 맡은 검사들에 대해 어떤 불이익이 가해질지도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10일 본보 취재에 "기소 1년 4개월 만에 첫 공판기일이라는게 개탄할 일"이라며 "대등 재판부라고는 하지만 사건 범위가 넓고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은 사례도 있어 검찰이 유죄를 입증할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증거의 증명력"이라며 "재판부가 이견 없이 모두 동의할 만큼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송병기의 업무수첩 외에 얼마나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밀 수 있느냐가 재판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판의 공은 울렸다. 양측 카드는 모두 펼쳐졌다. 여러 차례의 증인 신문이 남아 있다. 앞으로 1년 내에 문 대통령의 오래된 벗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어떠한 작업을 했는지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