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비대위원장에 세종공장장
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개선’ 요청할 것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대리점에 대한 갑질’, ‘코로나19 억제 불가리스’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세종공장장 역시 오너 일가 측근으로 알려져, 남양유업이 진정성 있는 경영쇄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5월3일 홍원식 회장의 불가리스 사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열린 날 오전. 서울 강남 남양유업 본사 전경/사진=이서우 기자


남양유업은 10일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경영 쇄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위원장은 남양유업의 주력 생산 거점인 세종공장의 정재연 공장장이 맡았다. 정재연 공장장은 첫 회사생활을 남양유업에서 시작해 28년째 재직 중인 뼛속까지 남양맨이다. 그는 2018년 남양유업 분유 이물질 혼입 사태 당시, 공장을 소비자와 언론에 공개하고 논란을 잠재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남양유업에서 공장장, 특히 세종공장장은 회사 내에서 계열사 대표만큼의 권위를 가진다.  

일각에서 남양유업의 경영쇄신 발표가 ‘보여주기식’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조업 특성상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가진 남양유업은 전문경영인을 보다 내부 인력을 통해 회사를 이끌어 왔다. 

불가리스 사태로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와 대리점 갑질로 회사를 떠난 김웅 전 대표는 모두 내부 승진 CEO였다. 유일하게 남양유업은 2018년 외부에서 영입했던 이정인 전 대표는 1년 만에 물러났다. 

이번에 구성된 남양유업 비대위는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개선’도 요청한다고 밝혔지만, 대수술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경영권을 내놓고 대물림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뿐, 보유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에 53%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홍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도 여전히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는 회삿돈 유용 등의 이유로 지난달 보직해임 됐지만, 여전히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속도감있게 혁신을 주도해야 하기 때문에 세종공장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정하게 됐다”며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비대위원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구성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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