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보급량 중 국내산 22.1%…수입액 3배 가량 급증
가스터빈 부품 40% 일본산…풍력발전 독일·덴마크 등에 의존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외국산 태양광 설비가 늘어나는 등 에너지 자급률 하락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5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급된 태양광 모듈은 총 3967MW로 집계됐다. 이 중 국산 셀을 사용해 만든 제품은 877MW(22.1%)로, 국산 점유율이 70% 이상이라는 정부 주장과 50%포인트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2019년 기준 국산 점유율이 78.4%라고 발표했으나, 대외무역관리규정에 의하면 태양광 셀을 수입해 모듈을 만들 경우 국내투입원가 비율이 85%를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셀은 모듈 원가의 5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수입산을 조립해도 국산으로 인정 받을 수 없다.

   
▲ 미국 LA 유니버셜스튜디오 내 설치된 태양광 패널(왼쪽)·댈러스 DFW 공항 인근 풍력발전기/사진=미디어펜


지난해 국내 보급된 셀 원산지를 보면 국산을 제외한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왔으며, 2017년 1억2000만달러였던 셀 수입액도 2019년 3억8637만달러로 급증했다. 수입량도 같은 기간 3156톤에서 5666톤으로 많아졌다. 모듈 수입량과 수입액도 50% 가까이 늘어났다.

한 의원은 수입한 태양전지를 조립하면 3.3GW에 달하는 모듈을 만들 수 있으며, 이는 2019년 국내 보급된 태양광 모듈량(3.6GW)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5사와 지역난방공사 등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입한 가스터빈 부품은 약 5975억원으로, 이 중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제품이 40%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지역난방공사는 943억원 상당을 지출한 반면, 국산 부품을 구입한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소기·터빈 블레이드를 비롯한 고온부품을 사실상 전략 수입에 의존하는 등 국내 도입된 가스터빈 대부분이 제너럴일렉트릭(GE)·지멘스·MHPS 등의 제품인 탓에 구매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 국부가 유출된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 가스터빈 'DGT6-300H S1'/사진=두산중공업


높은 고용창출계수를 앞세워 에너지 시장 내 입지를 넓히고 있는 풍력발전 역시 핵심 부품을 독일·덴마크·중국을 비롯한 국가에 의존하고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는 등 국산화율 제고가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실제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는 덴마크 베스타스로, 두산중공업과 유니슨 등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높은 상황이다. 인천 지역에서 1.6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전략을 세운 덴마크 오스테드도 국산 발전설비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나마 두산중공업이 내년부터 8MW급 풍력발전기를 상용화할 계획으로, 30% 안팎이었던 부품 국산화율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반격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 등 발전공기업과 민간업체들이 가스터빈 국산화도 진행하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수립되는 속도가 기술개발 속도를 상회하고 있다"면서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설비용량 확충 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쪽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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