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권 꼬리표'…월성원전·출국금지 등 정권수사 넘겨받아 정치중립·공정성 시험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1일 제 44대 검찰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김오수 총장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대검찰청으로 이동해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친정권 꼬리표'를 떼지 못한 김 총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2년이다.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이라는 점에서 청와대 등 권력 핵심인사가 연루된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취임하자마자 정권 수사 공을 넘겨 받아 정치중립·공정성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특히 지방검찰청 담당 수사팀이 기소 의견으로 올린 사건에 대해 김 총장이 최종 불기소로 지휘하거나, 이달 단행될 대규모의 검찰 인사에서 담당 수사팀 부장검사를 교체한 후 결정을 미루면 '방탄 총장'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경우, 이 차관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지만 김 총장이 부담을 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차관이 민간인 폭행 후 사건을 덮기 위해 청와대 등 고위 인사에 청탁하고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와 경찰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 이상 불명예 퇴진하게 됐고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택시기사 폭행 혐의 사실관계는 밝혀진 이상, 이 차관 기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정청탁 및 수사 무마' 의혹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대전지검 수사팀(형사 5부 이상현 부장검사)이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피의자들에 대해 기소 의견을 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은 복잡하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양동훈 부장검사)가 사건 수사에 근거자료를 제공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 변수가 발생했다.

가정이지만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전반을 지휘한 후 '최 원장 기소' 의견을 낼 경우, 김 총장은 대전지검과 중앙지검 수사팀 간의 서로 다른 결론을 놓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은 더 복잡하다. 김 총장이 현직 법무부 차관일 때 일어난 것으로, 김 총장 또한 연루 의혹을 계속 받아왔기 때문이다.

권력 핵심 인사들과 함께 연루된 것을 떠나서 검찰총장 자신이 이 사건을 지휘하면 이해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 총장은 앞서 인사청문회 준비 답변서를 통해 "이해충돌 사건은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정확하게 회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최종 기소 여부 판단 등 사건 지휘를 회피하게 되면 문홍성 수원지검장의 지휘 재량이 커지는데, 문 지검장 또한 2019년 안양지청의 1차 수사 무마 사건 관계인으로 연루되어 지휘를 회피했다.

이에 따라 오인서 수원고검장의 재량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할 이달 인사에서 수원고검장·지검장을 친문 인사로 물갈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회전문 돌려막기 인사로 김 총장 부담을 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원지검 담당 수사팀은 사건과 관련해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다. 사건 수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윤대진 전 검찰국장 등 다른 관계자들에게까지 확대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김 총장이 최종 판단을 어떻게 내릴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이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의 건도 숙제다. 앞서 김 총장은 이에 대해 "취임 후 의견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청의 한 부장검사는 1일 본보 취재에 "외부 평가나 내부 평이나 일치한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신임 총장 답변은 정치적 수사다. 당장 대선이 10개월도 안 남았는데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어떻게 엄정하게 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그는 "총장이 직접적인 비판을 피할 방법은 많다. 가장 대표적인게 인사"라며 "VIP 등 윗선과 물밑에서 많은 것들이 오갈게 뻔하다. 사건 맡은 수사팀과 해당 지검장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사건 처리를 묻는 건 그 다음 수순이고 급하지도 않다"고 전망했다.

김 총장은 문재인 정권 들어와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33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난 후 신임 총장 임명을 밀어붙인 문재인 대통령 복안대로 김 총장이 정권의 '방탄 총장'을 자처할지, 아니면 공정한 검찰총장으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