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물질 선별 기간 단축...임상 성공률도 높여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기술 도입을 늘리고 있다. 수만 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검토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사진=픽사베이


3일 이노엔은 국립암센터 암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단, 전북대학교병원 전북빅데이터센터와 암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 기반의 신약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이노엔은 암 빅데이터 라이브러리 '커넥트(CONNECT)' 플랫폼을 체내 지표 개발 등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 플랫폼은 국립암센터 등 11개 헬스케어 플랫폼 센터에서 생산한 암 임상데이터들을 한 데 모은 다기관 임상 라이브러리 플랫폼이다. 유방암, 갑상선암, 난소암, 폐암 등 총 10종의 암 임상 데이터들을 연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노엔은 해당 플랫폼을 현재 개발 중인 선택적 RET 저해제 계열 표적항암 신약(과제명 IN-A013)과 차세대 EGFR 저해제 계열 표적항암 신약(과제명 IN-A008)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바이오기업 A2A 파마의 AI(인공지능) 기반 신약 설계 플랫폼을 활용해서 기존 방법으로는 발굴하기 어려웠던 세포 내 타깃을 제어할 수 있는 혁신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1월 A2A 파마와 항암 신약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A2A는 인공지능이 결합된 신약 설계 플랫폼 'SCULPT'를 활용해 신규 화합물을 설계하는 기업이다. 대웅제약은 A2A가 설계한 화합물 구조를 기반으로 물질 합성 및 평가를 수행해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자회사 JW C&C신약연구소가 보유한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CLOVER)를 통해 300종이 넘는 암 세포주, 유전자 정보 등을 갖고 있다. 클로버는 암 유전체 정보와 화합물, 약효 예측 등 각 질환 특성에 맞는 후보물질을 골라낼 수 있는 기술로 신약 개발 및 상용화 여부를 보다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울러 JW중외제약은 현재 개발 중인 STAT3 표적 저분자 항암 신약 후보물질에 보로노이가 보유하고 있는 단백질 분해 기술인 '프로탁'을 적용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화합물 설계·합성부터 임상 후보물질 도출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를 접목해 신약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바이오벤처다.

SK는 지난해 12월 미국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와 제휴를 맺고 2억 달러(한화 약 2200억원)를 투자해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 활용 신약 개발에 나섰으며 항암 및 면역∙신경계 질환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기존 신약 개발 방식을 뛰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용화 된적이 없는 신약 중의 신약으로 그만큼 방대한 연구를 필요로 해 AI 기술이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로이반트는 AI∙DT(디지털전환) 플랫폼과 임상개발 전문가를 통해 10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 확률이 0.002%인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신약 개발 기업들의 AI 및 빅데이터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혹은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 손을 잡고 공동연구로 이어가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AI를 활용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매년 4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24년에는 40억달러(약 4조3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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