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진용이 다 갖춰졌다.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22명의 최종 엔트리(당초 18명에서 4명 확대)를 확정했고, 대표팀은 2일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로 소집돼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 멤버들 가운데 아무래도 더욱 주목을 받는 선수들은 3명의 와일드카드일 것이다. 24세 나이 제한과 상관없이,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올림픽에 데려갈 수 있는 와일드카드는 메달 획득을 위한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김학범 감독은 3장의 와일드카드를 황의조(보르도), 권창훈(수원삼성), 김민재(베이징 궈안)로 선택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A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이들의 와일드카드 선발은 합리적이고 당연해 보인다.

다만,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빠진 것은 왠지 허전하다.

손흥민의 올림픽팀 발탁은 기대는 됐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톱클래스 공격수로 활약하는 손흥민이다. 대표팀 의무차출 대회가 아닌 올림픽에 소속팀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대표 참가를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학범 감독이 지난 6월 30일 와일드카드 명단을 발표하면서 손흥민을 호명하지 않아, 역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대표 차출을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니었다. 손흥민은 올림픽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직접 구단을 설득해 출전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도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을 대표 명단에서 제외했다. 왜일까.

김학범 감독이 밝힌 이유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보급 축구 스타 손흥민을 향한 지도자이자 축구 선배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2일 파주 NFC에서 가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뽑는 게 제일 쉬운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뽑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하는 선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부상 우려'를 나타냈다. 손흥민이 지난 한 시즌 얼마나 많은 경기를 뛰었는지를 설명한 김 감독은 "손흥민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올림픽팀 훈련과 스케줄, 경기 일정 등을 봤을 때 분명 혹사를 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손흥민에게)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제외했다"고 밝혔다.

"빡빡한 일정을 봤을 때 보호해야 할 선수는 우리가 못 쓰더라도 보호해야 한다. 만약 손흥민이 부상이라도 입으면 프리시즌과 프리미어리그(EPL), 월드컵 예선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 큰 인재를 잃을 수 있다"는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김학범 감독이라고 왜 '손흥민 카드'를 쓰고 싶지 않았을까. 한국 축구에서 대체 불가 자원임은 누가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앞으로도 유럽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활약을 이어가야 하고, A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 두 차례나 허벅지 통증으로 공백기를 가졌던 손흥민이다. 원인은 잘 알려져 있듯 거듭된 출전으로 인한 피로 누적이었다.

손흥민이 올림픽에 출전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무사히 대회를 마치더라도 오프시즌 휴식과 재충전을 하지 못하고 다시 다음 시즌을 맞는 것은 또 다른 부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올림픽 팀을 위해 헌신할 생각을 가져주고 직접 소속팀을 설득해 대표 차출 허락을 받아준 그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했다. 그런 손흥민을 와일드카드로 뽑지 않은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미안해했다.  

'국보'를 우리가 아니면 누가 아끼고 보호해 줄 것인가. 손흥민의 올림픽팀 제외는 김학범 감독이 국보급 선수를 대하는 '찐 축구인'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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