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코드 각광받지만 해석 가지가지…리스크 지배구조 확립 필요성 대두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자본시장에는 세계의 모든 기회와 위협이 선(先) 반영된다. 그런데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와 상품들이 계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을 '숫자'로 치환해 적절히 대응하려는 노력들이 경주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관리자’라 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KRX)는 오는 19일부터 'KRX 기후변화지수' 3종을 상장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는 최근 들어 자본시장 안팎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수요에 한국거래소 역시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이번에 상장되는 세 가지 지수는 ▲코스피200 기후변화지수 ▲KRX300 기후변화지수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 등이다. 지수 산출에는 ‘저탄소 전환점수’가 활용되는데, 이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직면한 위험 및 위험관리 능력을 분석해 0~10점까지 정량화한 점수를 뜻한다. 기후위기를 ‘계량화’ 하는 작업이 이미 한국 자본시장에서도 시작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 지구적으로는 이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 측면의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기업 차원의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일말의 노력은 이미 기후전환금융(Climate Transition Finance)이라는 말로 요약되어 추진되고 있다.

앞서가는 선진국‧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2050년 탈(脫) 산소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산업구조나 사회경제 그 자체의 변혁을 초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선제적으로 기후위기 관련 분야에 대담한 투자나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지원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인 ESG 코드를 자산운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형태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올해 초 발송한 연례 서한에서 “ESG 성과가 부진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상당 규모의 자본 이전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9년 모건스탠리가 전 세계 기관투자자 110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기관의 80%가 “ESG 투자를 실행하고 있으며, 15%는 향후 ESG 투자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자본시장 대세는 ‘ESG’…규모 작지만 '가파른 성장'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최근 2~3년 동안 ESG 관련 펀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설정된 ESG 펀드 순자산 규모는 2020년 7월 4168억원으로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의 1% 수준으로 아직 그 시장 규모는 미미한 편이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47% 이상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시행착오가 존재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ESG 액티브펀드들의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투자전략에 ESG 요인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ESG 투자원칙에 따라 종목을 선별하는지, 투자대상의 ESG 수준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 방법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펀드의 ESG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를 선정해 투자설명서 상에 공시하도록 하는 대안이 대두된다. 투자자들이 ESG 펀드의 질적인 차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가 저탄소 전환점수 등을 활용해 기후변화지수를 산출하고 시장의 룰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이와 같은 관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회사들의 역할도 기로에 서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리스크 지배구조’의 확립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변화에 대한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까지 기후위기 리스크에 대한 인지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우려했다.

금융회사들의 조속한 대응체계 확립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강조된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회사 내부의)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며 일정규모 이상 금융회사의 경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후위기 관련 공시 등에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