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법 부작용에 집주인 탓해…전세시장 혼란·주거불안 가중
4% 올랐던 서울 전세, 임대차법 단독통과 1년만에 27% 폭등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해 8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이 재개정된다. 집권여당 민주당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촌극'이 연출될 조짐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 개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문제는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집주인 때문이라는 '남탓'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1년간 신규 계약을 맺는 경우 건물주인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부단히 상향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임대료 책정 권한이 건물주에게 집중된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완주 정책위의장 또한 27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셋값 상승 원인으로 임대차 3법이 지목되는 것에 대해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임대차 3법에 의해 100% 올랐다고 주장하는 언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당초 입법 취지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었다. 하지만 시행 1년 만에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 원에서 6억 3000만 원까지 올랐다.

앞서 문재인 정권과 여당은 국회 법사위 소위마저 건너뛰며 임대차 3법을 강행했다. 전셋값을 급등시킨다는 경고가 사전에 나왔지만 무시했다. 결과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숫자가 말해준다.

   
▲ 7월 2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제공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를 5분위로 나눠도 분위별 평균 전셋값의 지난 1년간 상승률은 최소 26.4%에서 최대 31.9%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문재인 정권 1년차인 2017년 4.8%, 2018년 5.0%, 2019년 2.5%, 법 시행 전인 2020년 상반기 5.2%에 불과했지만 임대차 3법은 송두리채 바꿔놓았다.

특히 초고가 보다 중저가 아파트에서 상승률이 더 높아 중산층과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임대차 3법을 통해 5%로 임대보증금 상한을 제한했고 계약갱신청구권을 강제로 적용하면서 전세시장에 '이중 가격'이 형성됐는데, 이 또한 1~2년 내로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임대 매물이 사라지면서 공급과 수요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뛴 형국이다. 국지적으로 제각각이지만 전세시장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어 주거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방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48)는 27일 본보 취재에 "문제의 본질은 사인 간의 부동산 임대 계약에 정부가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규제를 가했다는 것"이라며 "집주인들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를 좁혀놓았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다. 집주인이 '집에 들어가겠다'면서 세입자에게 통보하고 내보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법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집주인은 얼마든지 자신의 재산권을 최대한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모든게 상식적이지 않은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 부동산학과의 K 모 교수는 이날 본보 취재에 "헌법제37조에 따르면, 설사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현 정부는 세입자를 지나치게 보호해 오히려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정권이 끝날 때까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게 뻔하다"며 "임대차 3법 모두 부동산 계약에 따른 가격 결정구조를 완전히 왜곡하고 현상을 맞바꾸어 버리는 원리다. 시장 질서를 파괴해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올해 10월에 결혼할 예정인 신혼부부 남편 박 모 씨는 본보 취재에 "가격 맞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4년치 보증금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전셋값이 몇 억 씩 뛰는건 흔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같은 신혼부부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연봉을 몇년치 모아야 전셋값 인상분을 댈 수 있을 것이다. 임대차 3법이고 나발이고 간에 매일매일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평가도 하고 민심의 목소리를 듣고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어떻게 조정할지 여당과 정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검토해보자는 차원"이라며 "향후 상임위와 간사단 회의를 통해 (법 개정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임대차 3법 재개정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임대를 전전하는 서민들의 설움이 해소될지, 혹은 악화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