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파격인상'에 노조 화답
자동차 시장 저성장기 우려…일자리 보존 위한 상생 협력 절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최종 타결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분규 없이 교섭을 마무리 지으며 발전적 노사관계 구축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28일 전체 조합원(4만8534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2745명(투표율 88.07%)이 참여해 56.36%에 해당하는 2만491명(56.36%)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사진=미디어펜


전날 진행된 찬반투표에 대한 결과를 놓고 진행한 개표는 이날 새벽 3시경 마무리됐다.

이번 가결로 현대차 노사는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하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 상황을 고려해 임금협상(임협) 교섭을 파업 없이 추석 전인 9월 25일 조기 타결했다.

전임 노조 집행부가 교섭에 나섰던 지난 2019년에도 한일 무역분쟁 여파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감안해 임단협 교섭을 추석을 앞둔 9월 2일 무파업으로 마무리 지었다.

올해는 사측이 큰 폭의 기본급 인상과 높은 액수의 일시금을 제시한 데다,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 체결을 통해 조합원 고용안정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월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상품권 10만원 등이다.

MZ세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사무·연구직 직원들에 대한 처우 문제도 개선됐다. 초과 연장근로 수당 개선 및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프로그램, 입사 수습기간 이후 첫차 구입시 20% 할인 적용 등이 단협 조항에 포함됐다.

특히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자동차산업 미래 격변기 속 회사 미래와 직원 고용안정 방안에 대한 고민 끝에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했다.

미래 특별협약은 전동화 및 미래 신사업 전환기 글로벌 생존 경쟁에 적극 대응해 국내공장 및 연구소가 미래 산업의 선도 기지 역할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고용안정 확보 △부품협력사 상생 실천 △고객ᆞ국민 신뢰 강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노사는 내연기관 고수익화, 시장수요와 연동한 적기생산에 매진함으로써 전동화 및 미래 신사업 대응을 위한 수익구조를 확보해 국내공장 및 연구소에 지속 투자키로 했다. 미래 신사업 관련 시장상황, 각종 규제, 생산방식, 사업성 등이 충족될 경우 품질향상, 다품종 생산체제 전환 등과 연계해 국내공장에 양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밖에도 PT(파워트레인) 부문 고용안정 대책 마련과 산업변화 대비 직무 전환 교육, 임금체계 개선 등 전동화 연계 공정 전환 방안도 지속 논의해 시행키로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의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 가장 까다로웠던 완성차 업계의 맏형겪인 현대차의 변화가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이다. 

먼저 정체된 분위기의 기아의 본교섭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기아는 지난 20일 열린 8차 본교섭에서 회사 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당초 기아 노조는 이날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광명 소하리 공장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인해 투표는 여름휴가를 마친 다음 달 10일로 연기됐다. 그런데도 현대차 임단협 타결로 기아의 본교섭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 노사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던 현대차의 임단협 협의사항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기아 노사의 임단협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 로봇이 차를 조힙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반면 전날 마무리된 한국지엠 노조의 임금협상 잠정안 찬반투표는 기대와 달리 부결됐다.

이틀간 조합원 6727명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과반수인 3441명(51.1%)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의 임금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여름휴가 전 타결은 불가능해졌다.

다만 잠정합의안이 이미 도출됐고 이에 대한 조합원 찬반비율이 근소한 차이인 만큼 빠르게 정충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평행선을 달리던 르노삼성 노사다. 역시 조금씩 합의점에 도달하고 있는 만큼 다음 주 시작하는 여름휴가 이전에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집중 교섭에 나서는 중이다.

르노삼성 회사 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격려금 5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고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한 상태다.

아직 회사별 협상사안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에 한 업체의 판례가 전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업체가 위기를 인지하고 상생의 길을 걷기위해 대승적인 결정을 내린 만큼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으로 인해 변혁의 시기를 맞이했고, 스마트 펙토리 등으로 새로운 노동환경 조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현재의 일자리를 보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단순히 임금인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회사와 노동자 모두가 미래산업 환경에 대응가능한 상생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강조되고 있다. 이에 먼저 이같은 모습을 보여준 현대차 노사의 결정을 되세겨 봐야한 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단협이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하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장기적으로 노조와 회사 모두에게 독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근로조건 보다 일자리 자체의 위기를 걱정해야 될 시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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