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경선서 54.81% 압승 '대세론 첫발'…이낙연 27.41% 2위 그쳐
후보간 공방·신경전 치열했지만 '캐스팅보트 충청권' 당 표심은 '이재명'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 지역에서, 전 연령대에서, 진보·중도·보수 모든 진영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후보가 누구냐.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이길 후보, 바로 저 이재명이 유일한 필승 카드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4일 열린 첫 경선에서 과반을 넘는 표를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충남 경선에서 정견발표를 통해 위와 같이 자신감을 피력했고, 자신의 예상대로 첫 판을 압승했다.

민주당 중앙선관위가 대의원·권리당원·국민일반당원의 온라인·ARS·현장 투표를 집계한 결과, 이 후보는 유효투표수 2만 5564표 중 1만 4012표(54.81%)를 얻으면서 7007표(27.41%)를 획득한 이낙연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 4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사진=연합뉴스
양 후보 격차가 27.40%p에 달해 이낙연 후보는 5일(세종충북)·11일(대구경북)·12일(강원) 등 잇달아 열리는 지역 경선에서 이를 만회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재명 후보가 이날 압승을 거둔 것은 '50% 대세론', '1강 체제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초 2위를 달리는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이기려면 역전세를 끌어올려 어느 한 쪽의 과반수 득표 없이 결선 투표까지 가야 하는데, 여기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 역대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의 대권 주자 선출 과정에서 펼쳐진 과거 첫 경선을 복기해 보면, 이재명 후보의 이날 첫 경선 승리가 어떤 맥락이 될지 읽힌다.

2002년 3월 9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를 도는 식으로 진행된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경선 시작 전 부동의 지지율 1위는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였다.

첫 경선인 제주 지역 투표 뚜껑을 열어보니 한화갑 후보가 의외의 1위를 차지했고 이인제 후보는 2위, 노무현 후보는 3위였다. 두 번째 울산 지역에서는 경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예상대로 1위를 차지했다.

노 후보에게 반전의 계기는 세 번째로 열린 광주 경선이었다. 광주 경선은 당초 한화갑이나 이인제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40.6%)와의 양자 대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노무현 41.7%)가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광주 경선 직전 나왔고, 광주 표심은 노 후보에게 쏠렸다. 노 후보는 당시 광주 경선에서 595표를 획득해 이인제 후보(491표)와 한화갑 후보(116표)를 눌렀다.

이후 노 후보는 이인제 후보의 텃밭인 대전·충남·충북을 제외하고 강원·경남·전북·대구·인천·경북·전남에서 7연승을 달리며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두 번째 사례인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2017년 3월 22일 열린 첫 경선(호남권 현장 투표)에서 65.2%의 압승을 거두면서 대통령 후보의 길을 열었다. 당시 2위인 안희정 후보(19.6%)의 3배를 넘는 격차였다. 이후 문재인 후보는 충청권(49.1%)·영남권(70.2%)·수도권(64.9%) 등에서 잇달아 압승을 거두며 최종 57.0%의 득표율로 대선 후보에 선출됐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 또한 이날 첫 경선 승리로 노 대통령 및 문 대통령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광주 경선에서 반전의 계기를 잡아 끝내 승리한 노 대통령도 그렇지만, 첫 판부터 압승을 거두면서 경선 첫 단추를 잘 꿰맸던 문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결과다.

대전·충남, 세종·충북, 대구·경북, 강원 등 지역별 권리당원 투표 결과와 일반·국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합산해 발표하는 1차 슈퍼위크는 오는 12일 열린다.

슈퍼위크를 기점으로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후보들이 속출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 후보가 대세론 파도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4일 첫 경선 발표 직후, 본보 취재에 "이낙연 캠프와 이재명 캠프 간 기싸움이 팽팽했지만 투표 뚜껑을 열어보니 한쪽으로 쏠린 '원사이드 게임'이었다"며 "충청권은 전통적인 캐스팅 보트 지역이었는데 첫 경선 결과가 이 정도면 사실상 게임은 끝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후보들이 충청권 현장 유세에 치열하게 집중했지만 그 결과는 한쪽에만 미소를 보인 것"이라며 "향후 이재명 대세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호남권 핵심 당원들이 가장 큰 관건인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될 후보를 밀어주는 투표 성향을 보였다"며 "대선 본선에서 이길만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1강 체제 첫발에 이낙연·정세균 캠프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잇달아 나올 세종·충북 경선 결과 발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