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분위기 백중세…정 후보, 누구 지지할지 묻자 '당 지지할 것' 말 아껴
캠프 인력 대부분 호남으로…'대세론' 전략적 선택 vs '역전극' 독주 저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본경선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4위에 올랐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9월 13일 후보직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민주당 경선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충격을 먹고, 직접 캠프 회의를 소집해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경선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당대표와 호남 출신이 겹친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이 이날 정 전 총리의 사퇴 발표에 '이낙연 후보를 배려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정 전 총리는 "제 결정은 민주당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한 결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재차 기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 있느냐 묻자, 정 전 총리는 "민주당을 일관되게 지지하겠다"며 "액면 그대로 받아달라"고 강조했다.

경선에서 4연승을 거두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차 선거인단에서 51.41%(28만 5852표)를 득표했고, 이에 맞선 이낙연 전 대표는 31.08%(17만 2790표)를 얻으며 추격에 들어간 모양새다.

2차 선거인단 최초로 열릴 호남권 경선은 이달 25~26일로 11일 남았다. 광주·전남·전북 선거인단은 20만 4017명으로, 경기·서울을 합친 수도권 30만 9179명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다.

민주당 텃밭이자 핵심 당원들이 가장 많이 포진한 호남권에서는 조직력이 표심을 좌우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이날 기자들이 정 전 총리에게 물어본 것도 정 전 총리가 동원할 수 있는 호남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서다.

결국 이번 정 전 총리의 갑작스런 사퇴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본경선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4위에 올랐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9월 13일 후보직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사진=미디어펜
이 지사는 당장 이날 오후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광주 전남 공약발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를 먼저 찾기도 했다.

현지 분위기는 백중세다. 광주 지역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본보 취재에 "다들 섣부른 예상을 내놓기 껄끄러워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호남에서 과반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그는 "추석 연휴 기간이 곧 시작인데, 가족들이 둘러앉아 누구를 찍을 것인지 얘기하는 가운데 서로 중지를 모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며 "대세론에 따라가 전략적인 선택을 할지, 이번에는 호남 출신 후보를 내세우자며 이낙연 후보를 밀지 진짜 가봐야 안다"고 내다봤다.

이어 "양 캠프가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려 호남 텃밭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들었다"며 "호남권에서 이 지사가 계속 과반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과반을 저지하고 더 높은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현재 모든 캠프가 서울쪽 인력을 최소화하고 모두 호남에 투입했다고 들었다"며 "시간은 열흘 좀 넘게 남았지만 추석 연휴를 감안하면 후보들이 체감하는건 일주일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닥 민심을 훑는 도리밖에 없다"며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정세균 후보가 4%를 득표한 것을 보면, 이는 거의 정 후보의 조직표라고 본다. 이 표가 어디로 확 쏠릴지도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들 분석을 종합하면, 정 전 총리의 이번 사퇴가 이 전 대표에게 다소 유리한 국면을 제공했다는데 무게가 쏠린다.

다만 이는 조직력에서의 시각일뿐, 호남권 당원과 일반 국민 선거인단의 경우 전략적 선택을 중시해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공은 던져졌다. 앞으로 열흘간 후보들은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승리의 여신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