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UAM·자율주행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기술은 목적이 아닌 인간을 위한 수단…이동의 무한 진화, 상상의 현실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식으로 그룹수장으로 오른지 오는 14일로 만 1년이 된다. 수석부회장으로 이미 실질적인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회장에 오른 그는 본격적인 그룹의 체질개선에 돌입했고, 지속가능한 미래먹거리 마련에 힘썼다. 정 회장 외형적 성장 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과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런 전략은 현재까지 많은 성과를 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선 등 정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편집자 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정 회장은 지난 1년간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중점에 두고 그룹의 사업 방향을 재정립했다.

K.C.크래인 오토모티브뉴스 발행인은 지난 7월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고,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고객, 인류, 미래, 그리고 사회적 공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CES2020에서 현대차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실제로 정 회장은 취임 후 로봇과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로보틱스를 선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올해 6월 M&A를 완료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출시한 4족 보행로봇 스팟(Spot), 연구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개발하는 등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 인지, 제어 등 종합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내년 중 최대 23kg의 박스를 시간당 800개 싣고 내리는 작업이 가능한 물류로봇 스트레치(Strech)를 상용화하고 제조, 물류,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그룹 내 조직인 로보틱스랩도 웨어러블 로봇, AI서비스 로봇, 로보틱 모빌리티 등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보틱스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닌, 오로지 인간을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의 연장선상이다.

로보틱스랩은 의료용 착용로봇 '멕스(MEX)'와 함께, 생산현장에서 고개를 들고 장시간 근무하는 작업자를 보조하는 착용로봇 '벡스(VEX)', AI서비스로봇 '달이(DAL-e)', 로보틱 모빌리티 '아이오닉 스쿠터'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협력해 스팟을 활용한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을 개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정 회장은 이동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UAM 대중화 기반도 다지고 있다. UAM은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인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이란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다.

정 회장은 사내 UAM사업부 관계자들에게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구체적인 UAM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인다. 또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독보적인 효율성과 주행거리를 갖춘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도 추진한다.

   
▲ 현대차의 차세대 브랜드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를 담은 브랜드 캠페인 영상 두 번째 걸음마(Second First steps). /사진=현대차 제공


UAM 이착륙장 관련 협업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의 업무협약을 비롯해 LA 등 미국 주요 도시, 싱가포르 등과 신규시장을 열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UAM 법인 설립, 항공우주 기술 개발 전문가 영입 등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고객의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에서 공개했다. 모셔널은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와 협력해 2023년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다.

모셔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네바다주에서 업계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 면허를 취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로 전기차, 수소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차량 전동화는 이동수단의 진화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 및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융합으로 자동차를 경험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아이오닉 5, EV6, GV60를 차례로 출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 상품성, 안전성은 물론 V2L(Vehicle to Load) 등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전동화 계획도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판매 차량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하고, 2030년까지 총 8개 차종으로 구성된 수소 및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한다. 기아는 2035년까지 주요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한다.

'이동의 진화를 통해 인류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기아는 올해 4월 양사 모빌리티 서비스 역량을 결집,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본부를 신설했다. TaaS본부는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전략 수립, 기획·운영 등을 전담한다.

기존 모빌리티 서비스를 고객 입장에서 통합하고, 사용자 데이터에 근거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 도입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며,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협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를 포함하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도 중요시한다. 올해 초 협력사 '파트너십데이'에서 정 회장은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기술을 접목해 만든 차세대 이동수단 타이거는 걷는 자동차이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의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부품업체로의 성공적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친환경 미래차 부품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국내 부품사를 위해 정부 및 금융계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했다.

현대차그룹과 협력사들이 미래 비전을 소통 공유하는 '함께하는 미래'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국내 최대 규모 협력사 교육시설인 '글로벌 상생협력센터(Global Partnership Center)'를 건립했다.

협력 생태계를 스타트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현대차그룹의 신성장 분야와 연계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1·2호 펀드를 출범시켜 모빌리티, 친환경차, AI, 커넥티드카 등 미래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 총 87개 협력사와 412개 스타트업(사내 스타트업 포함)이 △전동화 시스템(배터리, 연료전지) △스마트팩토리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 △IT·소프트웨어 등 폭넓은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 회장은 수소경제 수립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열고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첫 공식 행보로 국내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고, 올해는 국내 기업의 수소 사업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민간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을 주도했다.

탄소 중립에도 앞장섰다. 현대차는 지난달 '2045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그룹 주요 계열사도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