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에는 막말, 가족에는 가족으로 대응하는 감정 대립 양상
막장 싸움에 당내에서도 우려...“민주당처럼 후유증 겪을수도”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 본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2강’으로 자리 잡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신경전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상대 후보의 막말 리스크 공개에 이어 ‘가족’까지 건드리면서 경선 이후 원팀에 대한 우려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홍 의원 측 캠프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쏟아낸 실언과 망언 25가지를 정리한 리스트를 발표했다.

홍 의원 측은 "수십 차례에 걸쳐 실언·망언을 해온 윤 후보가 본선에 진출한 후 또다시 실수로 실언·망언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대로 '대통령 이재명' 시대를 맞이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장모 비리, 부인·장모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 성남 대장동 SPC 대출 비리 수사 은폐 의혹 등 온갖 규명되지 못한 의혹에 더해 윤 후보의 입 또한 본선에서 우리 당 지지율을 하락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한 가득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홍준표 의원./사진=연합뉴스

홍 의원 측이 꼽은 윤 전 총장의 25가지 실언과 망언에는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된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개 사과' 논란을 불러온 "오늘도 아빠가 나무에서 인도사과 따왔나봐오" 등이 담겼다.

윤 전 총장 측 캠프도 즉시 '금메달급 막말의 홍준표 후보'의 망언·막말 리스트 25가지를 발표하면서 반격했다.

윤석열 캠프 측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형수에게 쌍욕을 한 것들이 생생하게 공개돼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바 있지만 홍 후보의 막말은 너무도 많아서 자칫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후보의) 막말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니 그에게 늘 품격의 문제가 따라 붙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그런 홍 후보가 대선에 나간다면 필패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 측 캠프가 공개한 막말 리스트에는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 같지 않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는 발언을 포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춘향인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 등이 포함됐다. 

특히 지난 2017년 3월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출마 선언 후 기자회견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0.1%도 가능성이 없다. 유죄판결 나온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담겼다.

양 측의 강대강 대치는 급기야 가족까지 확산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캠프 인선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논란이 된 ‘개 사과’ 인스타그램 글과 관련해 부인 김건희 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제가 한 것”이라며 “어떤 분은 가족이 후원회장도 맡는데”라고 말했다. 

이는 홍 의원의 후원회장을 부인 이순삼 씨가 맡은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이 부인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 전 총장은 이어 “선거는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나.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진 않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홍준표 의원이 1일 MBN 주관으로 열린 대선 경선 5차 TV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였다./사진=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홍 의원도 즉각 반응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환 대기 중이어서 공식석상에 못 나오는 부인(검건희씨) 보다는 유명인사가 아닌 부인을 후원회장으로 두는 것은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걸 흠이라고 비방하는 모 후보의 입은 꼭 ‘개 사과’할 때하고 똑같다”며 “부끄러움이라도 알아야 한다. 자꾸 그러면 이재명의 뻔뻔함을 닮아 간다고 비난받는다”고 쏘아붙였다.

양측의 갈등이 감정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자칫하면 더불어민주당처럼 ‘원팀’ 구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25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선두 경쟁을 하는 두 후보가 소모성 논쟁만 이어간다면 국민들에게는 짜증만 유발할 뿐”이라면서 “더구나 감정적 대립이 심해지면 경선 이후 민주당처럼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가관이다. 피장파장이고 도긴개긴 아니냐"며 "두 분 모두 이재명을 대적할 도덕성, 능력면에서도 낙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선에 가면 이재명한테 놀아날 게 뻔한 후보들로 무슨 정권교체를 한단 말인가. 무난하게 질 후보들"이라며 "이제는 선수 교체해야 할 타이밍이다. 멀쩡한 사람 놔두고 왜 고민하시냐"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