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술수출 계약 28건...지난해 보다 2배↑
녹십자랩셀, 첫 신호탄...2조 규모 계약 체결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기술수출 이어져"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11조원 시대가 열렸다.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기술수출 건수와 그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 GC녹십자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사진=GC녹십자 제공


1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이날 기준 11조40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조1488억원을 이미 넘어선 금액이다. 계약 건수는 지난해 14건 보다 두배 증가한 28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GC녹십자랩셀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미국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와 고형암에 쓰는 CAR-NK 세포치료제 3종을 미국 머크(MSD)와 공동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8억6600만달러(약 2조900억원)다.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펙수프라잔' 단일품목으로 4건의 기술수출 실적을 냈다. 지난 3월 중국 상해하이니 3800억원, 지난 6월 미국 뉴로가스트릭스 4800억원와 중남미 4개국 340억원,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6개국 991억원 과 펙수프라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팜은 계약사 이그니스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의 기술수출 성과를 이뤘다. 이그니스에 6개의 중추신경계(CNS) 파이프라인의 중국 상업화 권리를 넘기는 대신 이그니스의 지분 44.9%를 받기로 했다. 이그니스는 SK바이오팜이 중국 투자사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SK바이오팜은 이번 지분 취득을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체코 소티오바이오텍과 5개 질환 유발 단백질 표적에 대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조2127억원이다. 보로노이는 미국 피라미드바이오에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VRN08'을 총 계약금 1조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 합의로 선급금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VRN08은 암세포 성장 인자 MPS1의 활성을 억제해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피라미드바이오는 이 물질로 유방암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기술수출 계약과 관련해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LG화학, HK이노엔, 디앤디파마텍 등이 있다.

이처럼 기술수출 낭보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공격적인 R&D 투자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중이 18.8%로 셀트리온(26.9%)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R&D 비중도 12.6%로 10%를 밑도는 업계 평균치 보다 높은 편이다.

최근 3년 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건수도 증가세다. △2018년 5조3706억원(13건) △2019년 8조5165억원(15건) △2020년 10조1488억원(14건)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 이를 또다시 연구개발 투자비용에 들여 좋은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개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기술수출 계약 규모보다 개발 완료 및 성공 여부에 더욱 초점을 둬야한다"며 "기술수출 이후 계약이 해지되면 반환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