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 바람 거센 프랑스…이상 기후 극복 첫 단추 될 수 있어
농산물 생산과정서 기름 사용 최소화 토양 보호 "생태계다양성 회복"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제는 세상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기업 전략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번 연재보도의 목적은 팩트체크를 통해 탄소중립의 현실을 짚어보고, 도약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후 대응에 선도적인 국내·해외 사례를 담고자 했다. 미디어펜은 국내 사례에서 울산·포항·부산·제주 지역을 방문했고, 해외의 경우 스웨덴·스위스·프랑스에 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기자가 직접 찾아가 각국의 탄소제로 환경정책 성과와 현지 목소리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시리즈 싣는 순서]

⑩프랑스, 친환경 농업에서 ‘탄소제로’ 답을 찾다

   
▲ 뤼엘농장(La Ferme des Ruelles) 전경. /프랑스 노르망디=미디어펜 홍샛별 기자
[프랑스 노르망디=미디어펜 홍샛별 기자]일찍이 농업을 발전시켜 온 프랑스는 유럽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요한 식품의 생산자 역할을 도맡고 있다. ‘농업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친환경 농업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세계적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근간 산업인 ‘농업’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은 덕이다. 

농가들의 친환경 농법 전환은 이상 기후를 극복하는 첫 번째 단추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식량 시스템이 이상 기후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현재의 식량 생산 시스템과 소비 패턴’을 꼽았다. 무분별한 대량 생산을 통해 값싸고 간편히 먹겠다는 인류의 목표가 환경을 오염시켜 기후위기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에서 친환경 농업으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농가로는 노르망디 외르(Eure)주 틸리(Tilly)의 ‘뤼엘농장(La Ferme des Ruelles)’이 꼽힌다. 

   
▲ 뤼엘농장에서는 사과로 와인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농장 내 매장에는 뤼엘농장의 제품뿐 아니라 인근 농장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다양한 제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미디어펜 홍샛별 기자
야생사과를 와인으로 제조해 판매하는 뤼엘농장은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초 바르바라 퐁필리(Barbara Pompili) 환경부 장관, 줄리앙 드노르망디(Julien Denormandie) 농식품부 장관 등을 이끌고 생물다양성 및 탄소 관리에 성과 및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방문하면서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은 20여년 가까이 이어 온 저의 친환경 농업에 대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습니다”

2021년 늦가을 뤼엘농장에서 만난 미쉘 갈멜(Michel Galmel) 대표는 그때의 감격이 떠오르는 듯 했다. 

미쉘 씨는 20여년 전인 1992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이 농장을 물려받았다. 인수 직후 그동안의 집약 농업으로는 도저히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성장할 수 있는 다른 길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결심한 ‘다른 길’이 바로 친환경 농업이었다. 때마침 이뤄진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은 이 같은 결심을 확신으로 바꿔 줬다. EU는 그해 환경보전과 농가소득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농업환경정책을 확대했다. 동시에 농업생산활동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환경기준으로 기본영농수칙(GAP·Good Agricultural Practice)을 마련했다. 

   
▲ 뤼엘농장 농장주인 미쉘 갈멜씨가 억새를 투입해 작동하는 특수 보일러 앞에서 작동 원리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미디어펜 홍샛별 기자
뤼엘 농장은 지난 2017년도부터는 농작물을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석유 등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농장 한켠에 억새(miscanthus)를 심어 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억새를 잘라 특수 제작한 보일러에 넣어 농장의 모든 건물의 난방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과거 석유를 사용한 난방 당시 연간 44t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했지만, 억새를 활용하면서 CO2 발생량이 10분의 1수준인 연간 3t으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44t의 CO2는 자동차 16대가 각각 15000㎞씩 주행할 때 배출하는 양이다. 

   
▲ 뤼엘농장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억새. /사진=미쉘 갈멜 제공
미쉘 씨는 “재배시 화학 제품이 불필요한 억새를 지하수 집수 구역 위에 심어 수온 보호 효과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면서 “현재 농장에서 유일하게 기름을 사용하는 건 억새를 옮길 때 쓰는 트럭 정도가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미쉘 씨가 특히 친환경 농업에서 가장 기본으로 두는 것은 농업 활동에서 인위적인 요소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토양을 보호하는 농업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토양을 보호한다는 것은 경작시 많은 것들을 줄여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죠”

‘자연을 지배하기 보다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미쉘 씨는 사과 생산에 있어 살충제, 제초제, 비료, 살균제 등 화학물질을 최소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땅의 자체 회복력을 끌어올림으로써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지렁이 등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게 미쉘씨의 설명이다. 

   
▲ 미쉘 갈멜 뤼엘농장 대표가 투어를 마치고 활짝 웃고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미디어펜 홍샛별 기자
그의 이 같은 노력으로 1980년대 농장에 찾아들던 30여종의 동식물군은 현재 85여종으로 늘었다. 

미쉘 씨는 “한 그루의 나무에도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계가 들어 있습니다. 자연은 항상 열려 있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세금도 없죠”라면서 “저는 특별히 한 게 없어요. 그저 자연이 자연으로 돌아오게 도와 줬을 뿐입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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