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 전격사퇴 후 정계로…검찰개혁 핵심방안 잇달아 파열음
'1월 출범' 공수처, 정치적 중립성 논란·수사 역량 의심 받으며 '표류'
헌정사상 첫 법관탄핵심판…코로나 팬데믹에 재판 생중계 도입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 후 정계 진출, 검경 수사권 조정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논란까지. 본보는 올해가 저물가면서 법조계의 핫이슈를 정리했다.

법조계 정쟁 어디까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에 강력 반발하면서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급기야 윤 전 총장이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되어 각종 적폐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3월 4일 전격 사퇴한 그는 199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총장으로 기록됐다.

법조계는 올해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였다.

우선 문재인정부의 대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실무 적용과정에서 혼선을 일으켰다.

검찰의 직접수사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경찰 송치사건 처리를 맡는 형사부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범죄 대응 역량이 저하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여당에서는 '검수완박'을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는 방안까지 들고 나와 갈등은 커져만 갔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미디어펜


경찰측에서는 수사 업무가 폭증해 사건 골라받기 행태가 커졌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전문성 부족에 수사 업무 부담이 가중되어 수사 진행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보완수사-재수사-이의제기 등 새로 도입된 절차들이 기존 형사사법절차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 혼선이 이어졌다. 일종의 형사사법시스템 변혁이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이 시행 초기부터 갖가지 부작용을 양산한 셈이다. 검찰과 경찰간, 검찰과 공수처간 마찰은 올해 내내 일어났을 정도다.

1월 21일 김진욱 처장이 취임하면서 공식 출범한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당초 문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출범한 조직인만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물론이고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는 반발까지 부딪히면서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인력난을 겪으며 출범한 공수처는 수사 역량까지 의심 받고 있다. 대부분의 수사를 통해 문재인 정권과 반대 입장에 선 전현직 검사들을 겨냥하면서 '코드 수사'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코로나 여파, 재판에도 영향

또다른 이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여파다.

수용자들이 밀집 생활하는 교정시설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코로나 팬데믹 양상이 심상치 않다. 법무부와 질병관리청은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코로나 진단검사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재판 자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심판규칙을 개정해 영상재판 근거를 마련했다. 국민들이 코로나 팬데믹 등 재난 상황에서도 안전하고 신속하게 재판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헌재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영상재판-재판중계의 시대를 열었다는 법조계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 또한 지난 11월 18일 개정 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라 영상재판 대상을 민사 변론기일, 조정기일, 형사공판준비기일, 구속 이유 고지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도 사상 최초로 구속 전 청문절차를 영상재판 형식으로 실시했을 정도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서민 경제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법원이 특별면책을 인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기도 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017년 17건, 2018년 18건, 2019년 35건의 특별면책을 인용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206건의 특별면책을 접수해 73건을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사진=공수처 제공

첫 법관 탄핵심판과 대법원의 진보화

한편 올해 숱하게 일어났던 법조계 사건 중에는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심판이 벌어져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국회는 지난 2월 4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의원 161명이 발의한 '법관(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석 의원 288명 중 179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는 수적 우위를 앞세운 여당이 밀어붙인 '판사 길들이기용' 탄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받은 헌재는 2월 5일 임성근 당시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의결서를 접수해 심리에 착수했고, 10월 28일 재판관 5(각하) 대 1(심판종료선언) 대 3(인용)의 의견으로 각하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8일 임기만료로 퇴임한 상태였다. 법조계 예상대로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한 상태라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등 탄핵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결론이었다.

사법분야 법조계의 정점인 대법원에는 지난 5월 박상옥 대법관의 후임으로 천대엽 대법관이 취임했다. 9월에는 이기택 대법관 후임으로 오경미 대법관이 새로 임명됐다.

오 대법관은 진보성향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전원 합의체를 구성하는 대법관 13명 중 진보성향 단체인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절반을 넘는 7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의 진보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안팎 새로운 소식은?

그외에도 이르면 2024년부터 형사사건에 전자소송이 도입된다. 대법원은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10월 공포됨에 따라 형사전자소송 도입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종이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형사사법절차를 전자화하게 되는데,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언제 어디서든 기록 열람을 가능하게 한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비롯해 공판중심주의, 실실적 무기대등 원칙이 구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또한 올해는 변호사단체 새 집행부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한해였다.

지난 1월 잇따라 치러진 주요 변호사단체장 선거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당선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사상 처음으로 로스쿨·변호사시험 출신인 김정욱 변호사가 선출됐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은 이종엽 변호사가 당선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 등 주요 변호사단체가 로톡 등 변호사 소개플랫폼과 전면전을 펼친 한해였다.

대한변협은 지난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해 변호사 소개플랫폼과 가입한 변호사를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협과 로톡 양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서로 고발하는 등 분쟁 양상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1월 '변협의 규제가 위법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변협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변호사 소개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