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 다운제, 실효성 논란 속 역사 뒤안길로 사라져
개발자 구인난에 연봉 인상 줄이어…신입 연봉 5000만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괄목할 성과를 달성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게임업계는 적은 신작출시와 부정적인 이슈가 겹치며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게임 회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에 이용자들이 격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의 부정적인 이슈가 있었다. 다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셧 다운제'가 폐지됐고 게임 개발자의 처우가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 메이플 스토리 메인 홈페이지./사진=넥슨


◇운영 태도에 화난 이용자들, 게임사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
한국 게임업계 역사는 30년에 가깝지만 이용자들을 기만하는 운영 방식에 지탄을 받아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은 강화·가챠·랜덤 박스 등 확률형 시스템을 강화해와 이용자들의 불만을 더욱 고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넥슨은 메이플 스토리 테스트 서버에 '추가 옵션' 부여 가중치를 폐지해 확률을 균일화했다. 하지만 패치 업그레이드 이후 높은 확률로 동시에 나오던 무기와 관련한 올스탯·데미지 퍼센테이지, 방어구에 대한 올스탯·점프력 퍼센테이지 등이 나오지 않자 넥슨 측은 로직 상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넥슨 측이 확률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넥슨은 아이템 조합 확률을 공개했다.

한편 특정 아이템 옵션 조합이 의도적으로 나오지 않게 설정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한 차례 더 커지기도 했다. 넥슨은 강원기 디렉터 명의의 사과문을 띄우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문제점을 인정함에 따라 이용자들의 분노가 더욱 끓어오르기도 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바다이야기'는 내부 탑재 칩을 조작해 확률을 실제 신고된 내역보다 낮게 만들었고, 이 같은 방식으로 사용자를 기만했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올해 초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도 확률에 대한 정보 공개나 정확성 등에 불신을 가진데서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과도한 과금 유도 정책으로 도마에 올랐다. 

프로야구 게임 H2 이용자들은 "운영사가 버그 개선에 신경 쓰지 않고, 편의성 패치도 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카드와 특수 능력을 팔기에만 매몰돼있다"고 비판하며 "유료 상품에 대한 설명도 부실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비판한 것이다.

이들은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 전광판을 실은 트럭을 보냈다. 전광판에는 "문제가 없다는 고객 센터, 유저가 직접 검증해야 오류를 인정하는 운영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문구가 뜨기도 했다.

위 교수는 "엔씨소프트는 과거의 성공 경험에 사로잡혀 망가지고 있다"며 "이용자들에 대한 대응 방식은 지극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족쇄' 셧 다운제, 10년 만에 폐지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제적 셧 다운제 폐지 법률안이 원안 가결됐다. 이로써 셧 다운제는 꼬박 10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 한정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했던 규제였다.

   
▲ 셧 다운제 홍보물./사진=여성가족부


당초 이 제도는 청소년 수면권과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취지 아래 만들어졌다. 하지만 온라인 접속이 필요 없는 게임이나 스마트폰·태블릿 PC 등 각종 디지털 기기를 통한 모바일·소셜 게임은 규제할 수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인 크래프트'는 해외에서는 교육용으로도 활용되는 게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역시 셧 다운제 적용 대상이 됐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는 "마인 크래프트 이용 제한은 게임 운영사 MS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정치권은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셧 다운제 폐지로 중지를 모았다.

게임업계는 셧 다운제 폐지를 기점으로 게임을 규제 대상이 아닌 육성 대상으로 인식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봉 인상 릴레이…신입 사원 연봉 5000만원 시대
엔씨소프트는 올해 개발·비개발 직군 연봉을 각각 1300만원, 1000만원씩 일괄 인상 조치했다. 네오위즈는 전 임직원 연봉을 600만원, 웹젠은 2000만원 올렸다. 넥슨은 자회사를 포함, 전 임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높여 신입 사원 초봉이 5000만원을 넘게됐다.

이 같은 연봉 인상 릴레이는 게임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팀 단위 프로젝트가 끝나면 개발자는 타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잦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개발자 수급난을 부추겼다.

한편 업계가 이 같이 연봉 인상 경쟁을 벌이자 실적은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예로 넷마블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42억원을 거뒀다. 직전 분기 대비 34.3%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인건비 지출을 크게 늘린 탓"이라며 "군소 게임 개발사들은 대형 게임 회사로의 개발자들 이탈로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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