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박스권 갇히며 해외 주식 투자 급증
지난달 외화증권 보관잔액 1000억 달러 돌파
상고하저(上高下低). 올 한 해 국내 증시를 요약하는 단어다. 연초 코스피는 3000선을 넘기며 낙관적 전망을 확산시켰지만 이내 박스권에 갇히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 가운데서도 증권사들은 작년과 올해 압도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한편 작년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은 개인 투자자들은 신규상장(IPO) 시장에 대해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면서 상장지수펀드(ETF)‧해외주식 등 다양한 투자방식으로 시야를 넓히는 한 해를 보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1년 금융투자업계를 되돌아보고, 2022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2021년 국내 증권시장의 한 가지 뚜렷한 흐름은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의 증가였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급증한 것이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순매수세를 이어 갔다.

   
▲ 사이버 트럭을 소개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외화증권 보관잔액은 1015억7702만달러(약 120조7242억원)로 지난해 12월말(722억1740만달러) 대비 40.65% 급증했다. 

외화증권 보관잔액은 개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며 지난해 6월 5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난달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외화증권 보관잔액은 특히 4분기 들어 급증세를 보였다. 1분기 말 813억5788만달러에서 2분기 말 889억1653만달러로, 3분기 말 897억1606만달러로 증가하다 4분기 1015억7702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외환증권 보관액이 늘면서 결제금액도 증가세다. 29일까지 올해 해외 전체 결제 금액은 4862억88만달러로, 지난해 전체(3233억9106만달러)와 비교해 50.34% 늘어났다. 

국가별 결제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이 77.6%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서학개미들이 주로 사들인 주식 역시 미국 기술주였다. 

그중에서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대한 사랑이 유독 뜨거웠다. 테슬라는 보관잔액, 순매수 규모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올 한 해 테슬라 주식 28억6908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테슬라의 보관금액은 157억2317만달러로 금액기준 전체 보유 해외주식의 15.47%에 달한다. 테슬라 다음으로 서학개미가 많이 보유한 종목은 애플, 엔비디아,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순이었다.  

올해 서학개미들은 개별 종목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투자 저변을 확대했다. 실제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의 3배 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 500 ETF는 해외주식 보관금액 순위 7~9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서학개미의 투자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기존에는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만이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가 가능했다면, 이젠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다른 대형증권사들도 속속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